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슈 리포트]일본 7조, 중국 80조원 들여 자원 사냥…한국은 10년째 역주행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우리의 에너지자원 현실을 직시하자

한국은 에너지원의 93%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 빈국으로, 에너지원 수입액 규모로도 지난 10년간 평균 160조를 넘고 있다. 특히, 1차 에너지원 공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원유의 경우 연간 10억 배럴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이를 수입액 규모로 단순 환산하면 유가가 배럴당 50 달러일 경우 매년 약 50조원이 넘으며 배럴당 100불의 고유가로 가정하면 약 10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렇듯 우리의 에너지 안보 현실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겨우 에너지 자원의 5% 만이 국내로부터 자체 공급되고 있으며 여기에 재생 에너지는 늘린다 해도 그 비율은 20%를 넘지 못할 것이다. 대표적인 에너지원인 석유·가스만 보더라도 국내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으로부터 확보한 석유가스 개발률은 14%를 고점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비슷한 처지의 에너지자원 부족 국가인 일본이나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그들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에너지 자원 확보의 현 주소다.



성공적인 자원개발은 자원 산업 특성의 이해로부터 시작

자원 개발은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지하에 부존하고 있는 자원을 탐사하고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성공보다 실패가 다반사인 고위험 사업이고 또한 탐사에서 생산에 이르는 기간이 10년이 넘게 소요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는 특성이 있다. 반면에 자원의 탐사 및 개발에 성공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안정적 생산량 확보와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장기적 고수익 사업이기도 하다.

이같은 자원개발의 특성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자원 개발 기업이 국영 회사이거나 대규모 회사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자원 개발 사업의 높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성 확보, 추진 기업의 대형화, 장기적 관점의 사업 추진 등이 필수적이다. 투자에 성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자원 개발 선순환 구조가 갖추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시간, 기술 및 자금의 축적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자원 개발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만큼 실패는 병가지상사처럼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한국만 실패를 한 것도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자원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던 중국과 일본은 고유가 시기에도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규모 자원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했으며 현재의 저유가시기를 자원 확보의 적기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대폭 축소 또는 철수와 같은 거꾸로 가는 엇박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것이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이며 이로 인한 결과는 10년 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자원개발,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과거 정부의 자원 개발 정책은 조급함과 일관성 부족으로 요약된다. 2007년 이명박 정부의 경우 해외 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원 공기업의 대형화를 통한 적극적인 해외 자원 개발을 시도했다. 다만 지나 친 차입에 의한 단기간에 무분별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2012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회의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전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정책은 식물인간처럼 방치돼 자원개발 내실화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자원공기업은 2014년 이후의 자원가격 하락기와 맞물려 부실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외자원개발을 적폐로 낙인찍어 해외자원개발은 완전히 멈추어 섰다. 정부에서는 2차에 걸친 해외자원개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자원공기업의 부실화 원인 분석과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자금 투입 없는 헛꿈 같은 구조조정만 주문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자원공기업의 부실은 더욱 심화됐다. 광물자원공사는 광해관리공단과 통합돼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물 타기에 성공했지만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자원개발 역할은 사라져 버렸다. 석유공사는 차입금 원금은커녕 그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면서 2020년 이후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었다. 모든 것이 공사의 잘못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에 대한 방치 수준의 무정책에 의한 참사라고 볼 수 있다.
자원 개발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긴 주기의 에너지 자원 가격 변동성에도 생존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고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갖춰진 시스템 내에서 철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며 특히 자원 공기업의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공기업이 외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업추진이 영향을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으며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고 유혹 받기 쉬운 정치로부터 독립된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다. 즉,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원 보유국은 국영기업을 통해 자원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공기업과 정부의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뒤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조용한 자원 외교가 필요하다. 과거 정부처럼 정치적으로 자랑삼아 자원 외교를 했다가는 세계 자원 확보 경쟁속에서 우리 측 전략만 노출시키고 협상력만 떨어트리는 어리석은 짓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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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래를 위한 자원개발, 누가 책임지나.

이에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의 길을 어떻게 가야할 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진지한 고민과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유가 상승이 이어져 배럴 당 100 달러대를 넘어 섰고 다시 예전처럼 유가 100달러 시대로 갈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난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산유국의 감산 정책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발생해 앞으로 30~50년 동안 고유가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빈국인 우리가 해외자원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명확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자원의 단기적인 국내 비축을 넘어 장기적인 비축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동시에 가능한 해외자원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한국은 에너지 자원 빈국이고 우리는 기후변화시대에 살고 있고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이진법으로 해결될 수 없기에 모든 에너지를 책임질 수 있는 완벽한 에너지원은 현재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조화롭고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은 2012년 박근혜정부 들어서면서 정부의 자원개발 투자가 현저히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저유가가 시작된 2016년 이후엔 5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한국과 자원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은 저유가 시기에도 한국의 10배 이상의 규모를 유지하며 꾸준하게 투자해 국가 에너지자원 독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2020년 한국 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1조 원대를 투자한 반면 일본은 7조원 대, 중국은 80조원 대를 투자했다. 신규 사업을 위한 한국정부의 투자는 더욱 위축되어 석유가스개발 융자금의 경우는 고유가 시기와 비교하면 90% 이상 감소했다. 한국은 석유·가스 자주 개발에 대한 목표치도 설정하지 못한 반면 일본은 오는 2030년 40%를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가올 4차 산업시대, 탄소중립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자원 수급을 걱정하지 않으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 보험 격인 해외자원개발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하며 적어도 10년 앞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 자원개발 현실은 10년 전의 결과이며 10년 후의 결과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준비 없는 국가에게 미래는 없다.




신현돈 교수는

서울대 자원공학과 졸업 후 캐나다 알버타 대학에서 오일샌드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북미지역내 셸 등 메이저 석유회사에서 유전 개발 현장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로 활동중이다. 산업부 자원개발 전문위원과 융자심의회 위원, 자원공기업 구조조정 점검위원 등을 역임했다. ‘비전통 자원 개발’과 ‘석유생산 공학’ 등을 집필한 에너지 자원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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