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정도 쉬어서 감이 떨어져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잘한 것 같아요. (결과에)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과정에는 100% 만족합니다.”
25일(한국 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만 7개를 몰아친 뒤 고진영(27)이 남긴 말이다. 그는 대단한 경기를 펼치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세계 랭킹 1위답게 담담하게 인터뷰를 한다.
고진영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CC(파72)에서 치른 대회 첫날 보기 없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지난해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부터 16라운드 연속 60대 스코어이고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부터 31라운드 연속 언더파다. 고진영은 두 부문의 최장 기록 보유자다. 그린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코스인데도 가볍게 기록을 연장했다.
아이언의 달인답게 그린 적중률 94.4%(17/18)를 뽐내고 퍼트 수 29개의 ‘짠물 퍼트’를 선보인 고진영은 2위 나나 마센(덴마크)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시즌 2승이자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힘찬 시동을 건 것이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새 시즌 첫 출전인 이달 초 싱가포르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후 태국 대회는 거르고 한국에서 휴식한 뒤 이번 주 미국 본토 대회에 나섰다.
“기록을 한 걸음씩 연장해나가는 게 기분 좋다”는 고진영은 “정말 즐겁게 경기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정말 진영이가 지금 경기를 재밌게 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열심히 집중해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 응원을 온 부모님 덕에 더 의욕이 생긴다는 말도 했다. 부모님이 샌디에이고에 머물고 있는데 어머니가 특히 이 지역의 환경을 좋아해 집을 구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을 들려주며 “여기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라고 반응했다는 얘기도 했다. 최근 10개 출전 대회에서 6승(통산 13승)을 쓸어 담은 고진영은 11개 대회 7승으로 승률을 더 높이려고 한다.
6언더파를 적은 마센은 직전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 우승자다. 8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는 등 최근 흐름이 좋다. 신인 최혜진(23)은 버디만 5개로 5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LPGA 투어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최혜진은 국내 투어에서 활약하던 2018년 이 대회 전신인 KIA 클래식에 참가해 공동 10위에 올랐던 좋은 기억이 있다.
또 다른 신인 안나린(26)은 전인지(28), 김인경(34), 강혜지(32) 등과 3언더파 공동 11위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 1·2위를 달리는 교포선수 대니엘 강(미국)과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각각 3언더파 공동 11위, 4언더파 공동 6위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34)는 1언더파 공동 42위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