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일부 강력한 통치자(potentate)가 갈등을 일으키고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지중해 섬나라 몰타 순방 중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이 이날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발언의 맥락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푸틴 대통령을 가리키는 게 명확하다는 것이 AP통신의 설명이다.
교황이 이렇게 푸틴을 겨냥한 비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철없고 파괴적인 침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온 가운데 이날 발언은 교황이 격노했음을 보여준다고 AP는 평가했다.
교황은 이날 “유럽의 동쪽에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퍼지고 있다”면서 “타국에 대한 침략, 흉포한 시가전, 핵무기 위협은 먼 과거의 암울한 기억이라고 생각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오직 죽음과 파괴·증오만을 초래하는 전쟁의 찬바람이 많은 이들의 삶을 강력히 휩쓸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닥친 전쟁의 밤에 평화를 향한 꿈이 바래지 않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교황은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우크라이나 정치·종교계의 키이우 방문 요청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 “그렇다. 그것(방문)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 우크라이나 정교회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대주교, 안드리 유라시 교황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등이 교황 방문을 요청한 것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다만 교황은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날 교황의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기면서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한편 좌골신경통을 앓고 있는 교황은 이날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외 순방 비행기에 걸어서 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