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집권 여당 출신 총리와 대통령이 잇따라 선거에서 승리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자국 이익을 우선시한 행보가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유럽연합(EU) 내 균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
AFP통신 등은 3일(현지 시간) 헝가리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여당 피데스가 71%의 득표율로 압승함에 따라 빅토르 오르반(58)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1998~2000년 총리를 지낸 데 이어 2010년 재집권한 그는 이후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한 EU의 최장수 총리다.
친러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선거 기간 내내 큰 이슈가 된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피란민에게 국경을 열어주면서도 자국 영토를 통해 서방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것을 막아 중립을 고수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헝가리와는 무관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헝가리 야당 연합으로부터 ‘헝가리 푸틴’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유권자들은 그를 선택했다. 독일의 싱크탱크 마셜기금의 다니엘 헤게두스 연구원은 그의 승리에 대해 “러시아와의 관계 및 EU와의 싸움에서 기존 외교 정책을 추진하라는 국민들의 강력한 명령을 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그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언론과 사법부 통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의 문제로도 EU와 마찰을 빚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오르반 총리는 당선이 확정된 후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며 “이 승리가 워낙 커 달에서도 브뤼셀에서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은 EU를 의미한다.
이날 세르비아 대선에서도 알렉산다르 부치치(52) 대통령이 59.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EU의 대러 제재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최근 유세에서 그는 “세르비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에 진출하면서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해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 친러 노선의 지도자가 연임하게 되면서 EU는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이고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EU의 법치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이슈에서 다른 길을 걷는 회원국이나 가입 희망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EU의 고민이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