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박 모 씨(31세)는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 2월 1만 6000원이던 페리카나 후라이드 치킨이 3월 셋째 주 1만 6600원, 넷째 주 1만 7000원으로 한 달 새 6.3% 오른 것이다. 피자 가격도 마찬가지다. 미스터피자의 불고기피자 가격(라지 기준)은 2만 5900원으로 최근 한 달 새 8.4%나 뛰었다. 박 씨는 “물가가 오른다지만 상승세가 이렇게 가파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3월 물가 상승률이 결국 4%대를 넘어섰다. 서민 경제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밥상물가와 석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올랐다.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많이 뛰었다. 석유 가격도 31.2% 올라 4개월 만에 다시 30%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전망으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더 치솟을 수 있는 데다 5월 새 정부 출범, 6월 지방선거 등 ‘빅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고물가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당장 밥상물가가 가파르다. 5일 서울경제가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를 바탕으로 밥상 차림 비용을 분석한 결과 4인 가족을 위한 밥 한 끼를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 4월 3만 5769원에서 이달 4만 311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임금 상승률은 4%인데 밥상 차림 비용은 13%나 오른 것이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깻잎 40g(약 30장) 가격은 1062원으로 지난해보다 41% 치솟았다. 시금치 300g은 2057원, 콩나물 280g은 1875원으로 각각 33%, 22% 급등했다. 방울토마토 600g도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으며 기본 재료로 사용되는 마늘도 18% 뛰었다. 국산 삼겹살 가격은 9%, 고등어 생선은 4%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공식 집계보다 더 올랐을 것”이라며 “정부는 사람들의 체감 물가를 기준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점도 부담이다. 3월 석유 가격 상승률은 31.2%나 됐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들이 사용해 ‘생계형 연료’로 불리는 경유 가격도 37.9%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유류세 인하 정책 등에도 국제 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결국 석유류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 압박이 전방위적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추세가 하반기에도 꺾이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어 심의관은 “대외 물가 상승 요인이 더 강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당분간 오름세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라야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인 5월 9일은 돼야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분간 전쟁이 이어지면 유가도 치솟을 수 있다. 그나마 중국 경제가 둔화 조짐 속에 유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경제봉쇄는 공급난을 일으켜 다시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 유가의 경우 많이 오르면 배럴당 140달러 안팎이 아닌가 싶다”면서 “다만 국제 원자재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까지는 4% 초반, 3% 후반의 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3월 누계 물가 상승률이 이미 3.8%인 만큼 기존 물가 전망치도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면서 “당분간은 물가가 안정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6월 지방선거도 복병이다.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이후 통화·재정정책을 정상화하며 금리도 올리고 재정지출 규모도 줄이고 있다”며 “우리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둬 물가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낙 불확실성이 크지만 연간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전망치(3.1%)보다 높은 3~4%로 형성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