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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이외수야! 너는 내 동생이다.”

지난 25일 폐렴으로 별세한 소설가 이외수/연합뉴스지난 25일 폐렴으로 별세한 소설가 이외수/연합뉴스





계수씨한테 매달 백만 원씩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것은 내가 돈을 벌지 못한 죄이니, 안 준 것이 아니고 못 준 것이니까 이해해달라면 계수씨도 그러라고 하지 않겠는가. 언젠가는 그런 때가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해본다. 외수야! 계수씨께 돈 백만 원씩을 벌어줄 때까지 나를 지켜보지 않겠느냐? 그날을 보려면 백 살까지 살아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살련다. 우리는 형제가 아니냐? 계수씨도 기대하십시오. 하나님께서 꼭 지켜주실 테니까요. (천상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2001년 ‘답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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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의 천상병 시인에게는 그와 꼭 닮은 동생이 있었다. 혈연이 아니라, 그저 첫눈에 영혼이 닮은 존재임을 알아본 사람이었다. 기인 같은 외모에 괴벽성까지 천상병 시인은 소문을 듣고는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생각했지만, 직접 찾아가 알은체하진 않았다. 그러다 천상병 시인은 급성간경화증에 걸려 입원하게 되었다. 병세는 갈수록 극심해져 배가 만삭 임신부처럼 부풀었고, 시인은 불룩한 배 위에 책을 얹어놓고 읽었다. 그 쓸쓸한 병실에 어느 날 뜻밖의 위문객이 찾아들었다. 난생처음 대면하는 사람이었으나 천 시인은 대번에 이렇게 소리쳤다. “이외수야! 너는 내 동생이다.”

천상병 시인의 ‘동생’ 이외수 작가가 하늘로 돌아갔다. 아직은 지상 가까이 머물고 있을 그의 혼이 하늘에 이르면, 시인이 마중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외수 작가에게 소풍 즐거웠느냐고 소년처럼 천진하게 물을까. 아니면 계수씨에게 끝내 100만 원씩 못 주고 와서 미안하다고 머리를 긁적일까. 이 따스한 기인 형제가 이젠 하늘에서 아프지도, 가난하지도, 건강 염려도 하지 않으며 맘 편히 술잔을 기울인다면 좋겠다. 아직 소풍 중이거나 ‘존버’ 중인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둘이 그저 허허 웃는다면 참 좋겠다. /이연실 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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