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선거 범죄 기소율이 매년 50~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은 데다 고발이 급박하게 이뤄짐에도 기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검찰은 선거 범죄가 갈수록 조직화하는 상황이라 수사 전문성을 갖춘 검사가 직접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실행될 경우 검찰의 수사 전문성이 사장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28일 법무연수원이 이달 발간한 ‘2021 범죄백서’에 따르면 21대 총선이 있었던 지난해 검찰이 처리한 선거 범죄자 2375명 중 1178명이 기소됐다. 기소율이 49.6%에 달한다. 12개 주요 범죄 가운데 환경 범죄(63.1%), 교통 범죄(54.3%), 강력 범죄(흉악, 50%)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선거 범죄자는 공직선거법·국민투표법 위반 관련자들을 일컫지만 넓게는 교육감·교육의원 선거 사범,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조합장 선거 사범도 포함한다.
해마다 대부분 주요 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거 범죄 기소율은 매년 50~60% 수준을 나타냈다. 20대 총선이 진행된 2016년 51.2%,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7년 62.6%, 제7회 지방선서가 있었던 2018년 55.5%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5년 평균치는 53.5%다.
지난해부터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으로 검경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가지로 제한됐다. 최신 통계로 6대 범죄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6대 범죄 중 하나인 선거 범죄를 통해 검찰의 수사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는 증거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재판장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 기소한다”며 “선거 범죄 기소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가운데 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4가지를 우선 제한하고 부패·경제는 별도 수사기관이 설립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30일과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를 강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6대 범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근거 중 하나로 선거 수사 전문성을 들고 있다. 선거 사범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기 때문에 단기간에 정확히 법리를 검토하고 증거를 신속하게 수집하는 검찰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선관위가 선거 비용 산정 후 공소시효가 임박해 선거비용부정지출죄 등으로 고발하기 때문에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검수완박 법안이 9월 시행되면 경찰이 선거 범죄를 넘겨 받아 3개월 안에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는 연말까지 검찰이 선거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법안을 고쳤다. 하지만 선거 범죄가 내년부터 직접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검찰의 반발은 여전하다. 진재선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최근 설명회에서 “선거 수사는 검찰 전문성이 발휘되는 분야”라며 “대안 없이 검찰 직접 수사를 폐지하면 심각한 수사 공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