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찌꺼기로 먹는 음식을 만든다?…전 안주로 먹습니다 [지구용]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 다들 좋아하시죠? 그런데 맥주를 만들고 버려지는 맥아 찌꺼기가 1년에 무려 42만 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맥주 한 잔 마시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모자라 음쓰(음식물 쓰레기)까지 만들다니. 맥주를 계속 마실 명분을 찾, 아니 죄책감을 극복할 방법을 찾던 중 찌꺼기를 안주로 부활(?)시키는 곳이 있다고 해서 <지구용>이 찾아가 봤습니다.

밀가루 나와! 맥주박 가루로 만든 이탈리안 한 상


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맥주박(가운데)을 갈아낸 가루(왼쪽)로 만든 또띠아(오른쪽). /n번째 용사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맥주박(가운데)을 갈아낸 가루(왼쪽)로 만든 또띠아(오른쪽). /n번째 용사


에디터가 찾은 곳은 오비맥주와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 리하베스트, 대체육 전문기업 지구인컴퍼니가 함께 만든 쿠킹 클래스. 이날 도전한 음식은 피자, 스콘, 나초그란데 등 총 3가지였는데요. 핵심 포인트는 맥주박 찌꺼기를 업사이클링한 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한다는 것! 맥주박은 보리에서 전분과 당을 제거한 주류 생산 부산물을 말하는데요. 영양성분은 훌륭하지만(밀가루보다 단백질은 11배, 식이섬유는 21배나 더 많다고) 술 만드는 곳에서 다른 식품은 만들 수 없다는 규제로 그대로 음쓰행이 되곤 했어요. 매년 처리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고. 다행히 2020년부터 관련 규제가 개선되면서 맥주박을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죠.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에서 맥주박을 당일 수거해 살균, 건조, 분쇄 과정을 거쳐 밀가루를 대체하는 ‘리너지 가루’를 만들고 있어요.

맛있게 먹기만 했는데요, 소나무 두 그루 심었다?!


에디터가 만든 피자, 스콘, 나초그란데. /n번째 용사에디터가 만든 피자, 스콘, 나초그란데. /n번째 용사


이날 밀가루뿐만 아니라 모든 식재료가 지구 친화적인 비건 재료들로 준비됐는데요. 피자와 나초에는 햄과 고기 대신 지구인컴퍼니의 대체육 ‘언리미트’를 올렸고, 피자치즈를 대신해 캐슈넛과 마늘 가루, 리너지 가루를 섞어 만든 ‘비건 파마산’을 솔솔 뿌렸어요. 그리고 나초그란데 사이드인 과카몰리는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아보카도 대신 애호박, 잣, 풋콩, 라임즙, 양파를 활용한 비건식으로 대체했는데요. 이거...진짜 대박입니다. 물론 아보카도를 사용했을 때보단 고소한 맛이 덜하고 슴슴하긴 했는데 잣이 충분히 커버 가능! 집에서 꼭 한 번 아니 두 번 해 드세요. 이밖에 우유 대신 두유를,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등 재료 하나 하나 지구를 살리는데 집중!

그리하여 이날 함께한 6명의 참석자들은 각자 한 끼 맛있게 만들어 먹었을 뿐인데 무려 총 87kgCO2eq(이하kg)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효과를 냈어요. 같은 메뉴를 밀가루, 소고기, 아보카도 등 일반 재료로 차렸을 때와 비교해 87kg의 탄소를 줄인 건데요. 이는 30년 된 소나무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견줄 때 2개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거둔 셈이라고.

피자만? 파스타도, 스테이크도...맥주박은 만능템


리하베스트는 매달 5톤의 맥주 찌꺼기를 업사이클링해 리너지 가루로 만들고 있는데요. 올해 공장이 완료되면 월 200톤 규모의 업사이클링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해요. 일반 소비자들이 밀가루 대신 리너지 가루를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 그럼 지금은 어디서 맛볼 수 있죠? 우선 리하베스트는 여러 식품 기업들과 레스토랑에 해당 가루를 납품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역삼동 이탈리안 맛집 ‘디스팅트’에서 맥주박 피자를 맛볼 수 있고요.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와도 협력을 계획하고 있어 조만간 배달로도 맥주박 피자를 즐길 수 있을 듯 하다고.

맥주박 가루를 식재료로 활용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에 들어가는 물과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어요. 맥주박 가루뿐만 아니라 커피박 가루, 못난이 쌀 등 생각보다 많은 식품 생산 찌꺼기가 발생하는데요. 모두 다 업사이클링 해 지구를 지키며 식탁도 풍부해지길 바라요!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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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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