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李, 5% 물가 초읽기에 매파 본색…연내 네 번 올려 2.75% 갈수도

[두 달 연속 금리 인상…기준금리 1.75%로]

"최소 2~3번 인상, 금리 2.25~2.50% 전망 합리적"

올해 '물가 정점' 중반기 이후 가능성에 긴축 속도전

"추경이 성장률 0.3%P 올려 스태그 우려 단계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취임 36일 만에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나타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따질 것도 없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주요 기관 중 가장 높은 4.5%로 제시해 시장을 놀라게 하더니 기자 간담회에서는 연내 기준금리를 최소 두 번에서 세 번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 총재의 강력한 물가 대응 의지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올해 7월과 8월에도 연속으로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총재는 26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2.25~2.50%로 보는 시장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물가 수준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답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기 때문에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가 되려면 남은 네 차례(7월·8월·10월·11월)의 금통위에서 두세 차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이로써 2007년 7~8월 이후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사상 초유의 세 번 연속이나 네 번 연속 인상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네 번 연속 인상할 경우 금리는 2.75%가 된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마저 거론한다.

원칙적 입장이지만 이 총재는 이날 “빅스텝뿐 아니라 7월과 8월 연속 인상까지 특정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정책 판단을 위해 확인하려는 자료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한은의 국내총생산(GDP),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이다. 금리 인상 시기는 물가 지표에 좌우된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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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4개월 동안은 수출입 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 등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지표까지 눈여겨볼 필요가 커졌다.

연준이 다가오는 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중요하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다시 확대됐다. 다만 연준이 6월과 7월 연속 빅스텝을 시사한 만큼 한은이 7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하지만 물가만 봐도 다음번 회의인 7월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총재는 당장 다음 달 6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다고 예측한 데다 “올해 물가 정점도 중반기 이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물가 전망치를 1.4%포인트나 한꺼번에 올려 잡은 한은 조사국 역시 물가 상방 요인이 하방 요인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이 물가 상승을 이토록 경계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역사적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 당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미국은 1980년대 초까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겪었다. 결국 미국은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등장해 정책 금리를 20%까지 올리는 초강력 긴축을 겪은 뒤에야 인플레이션이 안정됐다.

이날 이 총재 역시 “정책 대응을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하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금융 불안정이 커져 중장기적으로 취약 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금통위에서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게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그동안 금리 동결 소수 의견을 내왔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주상영 금통위원도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 것이다.



한은은 실질 이자율이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인 만큼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역시 가파른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잠재성장률(2.0%)을 웃도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민간 소비도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잇따른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도 경기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성장세가 꺾이더라도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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