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폴란드, 우크라인 수용했지만…난민정책 부재에 불안 확산

새로운 인구 변화에 다각적 대처 필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자신들을 받아준 폴란드 정부에 감사를 표시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자신들을 받아준 폴란드 정부에 감사를 표시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폴란드가 내부적으로 적절한 난민 정책을 마련하지 못해 불안을 겪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 이후 최소 370만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로 향했다. 폴란드 전체 인구(3773만여명)의 10% 이상의 난민이 단시간에 유입된 셈이다. 폴란드를 거쳐 제3국으로 건너간 난민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폴란드로 유입된 대다수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국제사회는 난민을 대거 수용한 폴란드에 찬사를 보냈다. 지난 29일에는 우크라이나인 수천명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모여 정부의 인도적 태도에 감사를 표시하는 가두 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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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폴란드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난민 정책의 뚜렷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아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난민을 사회 일원으로 흡수할 장기적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폴란드 사회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18개월간 기본적 복지 서비스와 노동 기회를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난민을 자신의 집에 데려갈 때 별도의 심사 없이 하루 40즈워티(약 1만1600원)를 받는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난민에 대한 교육, 보육 및 돌봄 서비스, 사회통합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충실히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지방정부나 시민단체, 일반 서민의 손에 맡겨진 상황이다. 인구 대비 우크라이나 난민 비중이 7%인 소도시 브제지니의 레나타 코비에라 시장은 "난민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놓고 (중앙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바가 없고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브제지니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들을 위해 폴란드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장기적 검토를 거친 사안은 아니다. 또 폴란드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을 위해 고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고려하면 이민자나 난민 교육에 대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현지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됐다.

노동 문제 역시 복잡하다. 이미 우크라이나 난민 13만명 정도가 폴란드에서 일자리를 구했지만 대부분이 여성이나 어린이다. 브제지니에서 호텔을 운영하며 난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마리우스 바스(48)는 "호텔에 묵는 난민 가운데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이 있다"며 "그녀는 일하고 싶지만 보육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정이며 이런 여성들을 어떻게 사회 일원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난민을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고객을 잃었고, 곧 적자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겨울이 오면 휘발유 가격이 오를 텐데 이후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길이 없다. 그래도 가족과 같은 난민들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폴란드가 민족적 동질의식이 강한 나라이기는 하나 다문화 국가로서 정책적 변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폴란드의 좌파 국회의원인 한나 길 피아텍은 "새로운 인구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폴란드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다른 언어와 관습을 지닌 사람들과 공존하고 이 사람들과의 '차이'에 대처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더타임스에 밝혔다.


마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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