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CEO들과 위기의식 공유…지배구조 개편·ESG경영 가속

■ 준법위, 계열사 CEO 긴급소집

한종희 부회장·최윤호 사장 등 참석

계열사별 준법경영 현황·과제부터

노조이슈까지 허심탄회하게 논의

대외이미지 개선·쇄신 의지 천명

3일 서울 삼성 서초 사옥 6층 임원대회의실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7개 관계사 대표이사들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준법감시위원회3일 서울 삼성 서초 사옥 6층 임원대회의실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7개 관계사 대표이사들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준법감시위원회







3일 삼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준법감시위원들 간 전격 회동은 최근 삼성그룹이 떠안은 위기의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3년 전 공언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목표 달성이 기술적 문제 등으로 불투명한 상태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바이오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 발목에 사법 족쇄까지 남아 있어 대외 이미지 개선과 조직 내부 쇄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출신인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 등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삼성 측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해 최윤호 삼성SDI(006400)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028260)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032830)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000810)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009150) 사장 등 7개 계열사 CEO가 참여했다.



CEO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각종 안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 준법 경영 현황과 향후 강화 방안은 물론 개혁 과제, 임금 협상 실태, 임금피크제(기업이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해주는 대신 임금을 단계별로 하향 조정하는 제도) 대법원 무효 판결에 따른 입장 등을 두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관련기사



특히 2기 준법감시위의 핵심 과제인 지배구조 개선 계획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삼성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제는 기술력뿐 아니라 준법 경영에 있어서도 국내외 기업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며 “준법과 인권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준법 경영에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책임감을 갖고 준법 경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2시간 20분간 의견을 나눈 뒤 헤어졌다. 준법감시위는 21일 6월 정기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이 ‘이재용 사면론’을 부각한 발언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면서 “국내 최고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준법감시위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위원들도 같은 의견을 가졌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회의 후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공식 입장이 아닌 이 위원장의 개인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회장과 위원들 간 만남 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아야 하는 데다 코로나19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정리되면 만날 계획”이라며 “서로 만날 준비는 다 돼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3월 1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집무실에서 이 위원장만 독대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2기 준법감시위의 3대 중점 과제를 공유하고 독립적으로 소신껏 운영하겠다는 뜻을 이 부회장에게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에 준법감시위 운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위원들 전체와 간담회를 갖고 만남을 정례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부회장과 위원회 위원들과의 만남 정례화는 위원회 1기 때 이미 검토했다가 이 부회장이 2021년 1월 재수감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이 위원장은 2월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삼성 CEO들이 단체로 준법 경영 의지를 다진 것은 최근 잇따르는 삼성의 조직 내·외부 격변의 또 다른 단면이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기 전에 그의 활동에 비판적인 여론을 안심시키는 조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취업 제한으로 출국과 경영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 부회장과 삼성은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잇단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평택 반도체 공장을 직접 안내한 데 이어 21일과 30일에는 미국의 퀄컴·인텔 CEO를 연달아 마주했다. 31일에는 6년 만에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나아가 이달 2일에는 정기 인사철이 아님에도 반도체 부문에서 부사장급 10여 명을 비롯한 임원 20여 명을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7~18일에는 유럽 출장을 떠나 네덜란드를 포함한 3개국 이상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해외로 떠나는 것은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인텔과 손잡고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 ARM을 공동 인수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윤경환 기자·진동영 기자·강해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