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내려 잡았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8%로 대폭 올렸다. 우리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전환과 불어나는 나랏빚으로 통화·재정정책의 여력이 줄어든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OECD는 한국 경제가 올해 2.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망치(3.0%)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에서 4.8%로 2.7%포인트나 올렸다. OECD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 희귀가스의 재고가 소진돼 반도체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 압력도 크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까지 뚜렷해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경고음이 커지는 점이다. 전날 세계은행(WB)은 “주요국의 긴축 정책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울러 올 초부터 세계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해 1970년대와 비슷한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 흐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권역별로는 선진국과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률이 모두 이전보다 0.1%포인트 하락한 2.6%, 3.4%로 예상됐다.
우리로서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흔들리는 점 역시 악재다. 치솟는 물가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전날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주의 1.3%에서 0.9%로 낮췄다. OECD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 봉쇄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1%에서 4.4%로 내려 잡았다. 전날 WB 역시 중국이 올해 4.3%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