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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 “경기침체 확률 50%”…“기술주 지배 시대 끝났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 위키피디아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 위키피디아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하면서 결국 하락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다시 연 3%를 돌파했는데요. 나스닥이 0.73%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08%, 0.81% 떨어졌습니다.



시장에서는 높은 물가와 경기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세계은행(WB)이 인플레이션이 오래갈 것임을 지적하고 있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미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월가에서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경제 허리케인’ 경고 이후 비슷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죠.

오늘은 시장에서 쏟아지는 경기침체 관련 얘기와 국채금리,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美, 주택대출 수요 22년 만 최저”…“깊지 않고 짧은 경기침체 가능성” 제기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투자자들과 기업, 소비자들이 점점 더 경기둔화를 걱정하면서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부분적으로 작용해 2년 래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평소보다 훨씬 더 높다고 밝혔는데요. 수치로는 50%라고 합니다. “공포가 (침체를) 현실로 이끌 수 있다”는 건데요.

경제에 관한 불안심리가 소비와 투자 위축을 불러오고 이것이 정말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죠. 경제는 심리라는 얘기를 할 때 많이 나오는 말인데요.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제 상업용 부동산 매매가 크게 줄었다는 것 전해드렸는데 주거용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 주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 수요가 전주 대비 6.5% 감소해 22년 만에 최저라고 하죠. 전년 대비로는 21%나 급감했습니다. 반면 30년 모기지 평균 계약금리는 한 주 새 5.33%에서 5.40%로 올랐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뉴욕의 한 싱글 하우스. 질로우뉴욕의 한 싱글 하우스. 질로우


금융사 CEO의 지적도 하나 더 나왔는데요. 빌 윈터스 스탠더드차타드 CEO는 “임금인상 같은 구조적 비용 요인에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상대적으로 얕고 짧은(relatively shallow and short) 경기침체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말씀 드렸지만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은 당장, 올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내년 이후, 오게 되더라도 짧거나 상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경기침체 자체가 주는 충격이 크지요.

윈터스 CEO는 침체가 짧을 이유로 “차입이 적은 가계와 기업이 떠받치는 금융시스템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확실히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은행들이 탄탄합니다. 2008년에는 부동산 가격붕괴와 파생상품 부실이 은행 위기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체가 뒤흔들렸지요. 이 경우 은행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과 가계에 내준 여신을 리스크가 큰 것부터 급격하게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돈을 갚아야 하는 기업과 가계는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죠.

하지만 은행이 건실해 중간에서 대출공급을 해줄 수 있다면 침체가 오더라도 이를 중간에서 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침체가 오더라도 길진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정반대 전망 미 채권금리 2% 아니면 4%대…헤드라인 인플레 안 떨어지면 ‘인플레 기대’ 문제


물론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대한 기대는 여전합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경기침체(현실화 시 타격 매우 큼)나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가능성을 많이 다루면서도 연착륙 얘기를 꼭 전해드리는 것은 양쪽을 같이 봐야 전체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iCapital 최고 투자 전략가는 “OECD의 성장 전망치 하향에도 미국은 여전히 올해 2.6%. 내년 2%로 속도가 느려지지만 즉각적인 경기침체가 오는 것은 아니며 솔직히 내가 지금이 물가가 피크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증거가 점점 더 쌓이고 있다”며 “기업의 가격인상도 계속될 수는 없다. 또 연준의 최우선 목표는 인플레와 싸우는 것이지만 금리인상 일시 중단 같은 약간 더 균형잡힌 말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기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쪽은 ①연준의 과도한 금리인상 ②우크라이나 전쟁(식량·유가 등) ③전반적 공급망 및 운임 ④중국 봉쇄 등을 꼽고 있죠. 이중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준의 정책실수 가능성을 떨어뜨립니다. 증시에도 호재구요. 10일 나올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CPI 상승률이 5.9%로 완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플레 피크론의 뼈대이기도 하지요.

근원 인플레가 떨어져도 헤드라인 인플레가 안 떨어지면 물가를 잡았다고 할 수는 없다. AP연합뉴스근원 인플레가 떨어져도 헤드라인 인플레가 안 떨어지면 물가를 잡았다고 할 수는 없다. AP연합뉴스



하지만 근원 인플레가 낮아진다고 물가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식량과 에너지를 포함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8.2~8.3%로 추정되죠. 일반 미국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고기와 계란 같은 장바구니 물가와 주유소에서 넣는 휘발유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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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인플레가 안 떨어지면 물가를 잡았다고 얘기할 수가 없고 정치적인 부담은 계속됩니다. 근원 인플레 하락은 연준에 정책적 자신감과 추가적인 정책여력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긴축의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 알고 계셔야 하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소프트랜딩이 기본 시나리오이며 경기침체 확률이 최근 들어 더 높아졌다는 느낌은 개인적으로는 받지 않는다”면서도 “헤드라인 인플레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 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인플레 기대는 연준의 최후의 보루죠.

핵심은 물가가 내려가더라도 얼마나 내려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겁니다. 경기침체에 관한 걱정도 여전하구요. 이렇다보니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전망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데요.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10년 물 금리가 4%까지 뛸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 경우 기술주와 신흥국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죠.

반면 경제 허리케인을 우려하는 측은 10년 물 금리가 2.25%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경기침체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오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죠. 비니어 반살리 롱테일 알파 LLC의 설립자는 “현 상황은 양쪽 측면을 갖고 있다”며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고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술주 10년 시대 막내린다”…“테이블 위의 칩 치워야”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번 주 초의 랠리가 맞는 방향이냐,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냐는 질문에 “근원 인플레이션은 내려오겠지만 헤드라인은 8.3%에 머물 것이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기본 가정이라는 뜻”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않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익 전망치를 낮추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엄청난 유동성이 있다. 우리는 아직 유동성을 제거하지 않았다”며 “시장은 이 뉴스를 좀더 좋게 받아들이는지 몰라도 테이블 위의 칩을 조금씩 치울 때다. 더 좋은 밸류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시장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중요한 상황에 있다고 보는데요. 그는 이날 오전 “현재 시장은 스스로 맥박을 짚고 온도를 체크하고 있다”며 시장이 향후 진행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캐신은 S&P500의 상승 저항선으로 4175를 제시했고 이를 넘으면 4200이 더 큰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반대로 하락 쪽은 4080과 4050이 주요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위든 아래든 이들 수준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캐신은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기업 수익전망치 일부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가 되면 기업들의 가이드라인이 바뀌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실적 둔화에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술주 시대의 끝을 알리는 WSJ의 기사. WSJ 기사 캡처기술주 시대의 끝을 알리는 WSJ의 기사. WSJ 기사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 대담한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WSJ은 “지금으로선 기술주가 주식시장을 지배한 10년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며 “2000년 닷컴 붕괴를 경험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큰 손실이 올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WSJ은 현재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고 있고 국채금리도 3%를 넘었다고 강조했는데요. 아직 섣부를 수 있는, 기술주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그러면서 엑손모빌과 코카콜라 등 가치투자자들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죠.

물론 많은 이들이 기술주의 종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술주 안에서도 워낙 종목이 다양하니까요. 하지만 시대의 종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분위기가 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지요.

소파이의 리즈 영 투자전략 헤드는 “투자자들은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는 방어적이어야 한다. 기업 어닝이 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제1의 공공의 적이 인플레”라며 “다음 60일 동안 여러 데이터가 나올 텐데 사이드라인에 있으면서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나을 수 있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JP모건 프라이빗 뱅크는 연말 S&P500 전망치를 4500에서 4250으로 낮췄는데요. 한동안 신중한 움직임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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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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