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 논단]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택의 기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

인플레 등 퍼펙트스톰 다가오는데

文정부처럼 경제 통제만 하려다간

부동산가격 급등·고물가 역효과만

금리 정상화해 시장 신뢰 얻어야





현재 유가 상승, 공급망 혼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유럽의 긴축적 통화정책, 그리고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악재로 퍼펙트 스톰이 우려된다. 퍼펙트 스톰이라는 말은 서배스천 융거의 소설에서 나왔다. 퍼펙트 스톰은 다수의 자연 현상이 결합해 가공할 유력을 가진 재앙으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경제의 퍼펙트 스톰을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는 정책 당국자들의 치명적인 자만이다.



지난 정권의 경제정책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경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과 어리석음이었다. 법으로 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실시했다. 고용 참사가 발생했지만 정책 담당자들은 정책을 바꾸기보다는 돈을 풀고 지원금을 뿌려댔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이 없다.

경제의 퍼펙트 스톰을 걱정하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만에 빠진 사람들은 환율과 부동산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경기를 살리면서 물가를 잡으려 할지 모른다. 관세 인하, 공공 요금 인상 억제, 공공기관 임금 인상 억제 등 통제 수단을 활용해 물가를 잡고 금리는 최대한 완만하게 올리려는 정책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환율·물가, 그리고 금리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은 퍼펙트 스톰을 앞당길 뿐이다.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로 통화 당국은 2019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기준금리는 2020년 0.50%까지 떨어졌다. 근로 시간은 52시간으로 줄어들고 사고가 나면 기업주가 처벌 받는 상황에서 풀린 돈이 갈 곳은 부동산밖에는 없었다.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2021년은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푼 시기였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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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없다. 물가상승률이 4%대인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1.75% 수준이라면 신용 팽창을 막을 수 없다. 자신이 현명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한다. 앨런 그린스펀은 퇴임 직전 25bp씩 14번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채권시장을 왜곡시켰다.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방향을 잡기 어렵다. 단기 채권 투자자들은 채권 투자의 유인이 사라지고 장기 채권 투자자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에 적합한 만기 수익률을 기다린다. 기준금리를 정상화하지 못하면 돈이 계속 풀리고 인플레이션의 고통만 길어진다.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단축하기 위해 재정 지출의 합리화도 필요하다. 2021년 경상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대비 약 222조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의 총 지출은 198조 원 증가했고 국가채무는 305조 원 상승했다. 정부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0에 가깝고 빚으로 국민 부담만 늘렸다. 정부가 문제인 셈이다. 반성도 없이 기존의 정책 기조로 경제를 운영한다면 어떻게 경제가 성장할지 의문이다.

지금은 기준금리를 신속히 정상화해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일의 시작이다. 이를 통해 외환시장이 안정돼 해외 물가 상승의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정부는 공급망 개선과 공급 역량 강화를 위해 정책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고생하느냐, 아니면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고 다시 경제를 성장시키느냐의 선택만이 남았다.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의 치료는 알코올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 환자에 대한 치료의 시작은 금주다. 지금은 결단의 시간이다. 분명하고 확고한 정책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세종장헌대왕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호조에 보고하거든… 민간에 저화가 많이 퍼지면 돈값이 떨어지고 귀해지면 오르게 되오니, …그때 그때 요량하여 걷어 들이기도 하고 내어놓기도 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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