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13일 아시아 시장을 강타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미국 물가지수의 후폭풍으로 강한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 후퇴 우려가 대두되며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신저가로 무더기 추락하자 코스피지수는 3.5% 넘게 떨어지며 2500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원화 값이 15원 이상 빠지고 국채금리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1.36포인트(3.52%) 급락한 2504.51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수가 251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200 내에서 상승 종목이 없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바짝 움츠러들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며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하루 새 무려 27.83%나 뛴 23.38을 기록했다. 개인이 6688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951억 원, 2192억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지수는 4.72% 내린 828.77로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힘없이 주저앉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01%, 홍콩 항셍지수는 약 3.4% 등 3% 넘게 빠졌다. 그나마 상하이종합지수가 낙폭을 축소하며 -0.89%로 장을 마쳤다.
고환율이 겹친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10전 오른 1284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5월 16일(1284원 10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288원 90전까지 올라 1290원 선마저 위협했다.
국고채금리도 ‘금리 발작’ 수준의 급등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23.9bp(1bp=0.01%) 급등한 연 3.514%로 2012년 4월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 역시 전일 대비 22.7bp, 15.9bp 오른 연 3.679%, 3.654%로 각각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을 흔든 것은 앞서 나온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충격이었다.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와 달리 41년 만에 최대 폭(8.6%)까지 물가 지표가 치솟자 6월뿐 아니라 향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까지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충격에 소비심리 쇼크가 가세하며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극대화하고 있다”면서 “매도 압력이 강해지면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2500선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