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최첨단 반도체 장비 공급 협조를 요청했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총리 집무실에서 뤼터 총리를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2016년 9월 뤼터 총리의 방한 이후 6년 만이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이날 만남에서 반도체 산업을 위한 네덜란드와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삼성전자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기업 ASML의 핵심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외에도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 등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뤼터 총리는 반도체 외에 정보통신기술(ICT), 전기차, e헬스 등 혁신 기반 신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여 왔다”며 “반도체 외 분야에서도 삼성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뤼터 총리는 이번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 앞서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네덜란드 간 반도체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뤼터 총리에게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뤼터 총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선도 국가인 만큼 양국 간 협력 시너지가 매우 클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라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방문하면서 주요 사업 파트너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사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외에 인수·합병(M&A) 등에 관한 중요한 의사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18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