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회장님은 웃고, 개미는 눈물…'이것' 알아야 손해 안 봅니다 [코주부]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부진에도 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가 작년보다 늘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데요. 증시 급락으로 주식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늘어난 건 의외입니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요.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악화 대비? 과감한 신사업 투자? 다 떠나서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라는데... 유상증자에 대한 여러 궁금증, 오늘의 <코주부>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대출 말고 너, 기업이 유상증자 하는 이유는?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거나,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데요. 이때 남의 돈을 빌리지 않고 자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새로운 주식(신주) 발행을 통한 ‘증자’입니다. 특히 ‘유상’ 증자는 신주 가치에 해당하는 현금이나 현물을 투자자로부터 받기 때문에 증자 후 기업의 실질 자산(자본금)이 증가하죠.

유상증자는 대출이나 채권과 달리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없어 기업에 유리한 자금 조달 방식으로 통합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건 늘어난 배당금 정도인데, 은행 대출 이자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또 대출과 채권은 재무제표상에 부채로 잡히는 반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자본으로 잡혀 오히려 재무건전성이 좋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 방식과 일정은?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은 신주 규모와 신주 가격, 발행 일정 등을 공시합니다. 통상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를 시가에서 10~30% 정도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하는데요. 그래야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신주를 사기 때문이죠. 만약 시가보다 비싸거나 별로 차이가 없다면 원하는 규모를 다 못팔고 미달이 나서 자금 확보에 실패할 위험이 커집니다. 기업공개(IPO)랑 비슷하죠?

공모 방식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주주배정’. 기존에 주식을 보유 중인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인수권(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는 겁니다. 공시에 명시된 신주배정기준일 2영업일 전까지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대상이며, 배정 가능 주식은 기존 주식 수에 비례해 한정됩니다. 기간 내에 유상증자를 신청하고 해당 계좌에 미리 돈을 입금해 두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반 공모’. 불특정 다수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새로 공모하거나, 기존 주주들이 포기한 신주인수권을 불특정 다수에게 청약 형태로 열어주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은 ‘제3자 배정’.보통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경영권 승계나 대주주 지배력 확보를 위한 방식으로 주로 활용되곤 하죠.

주주에겐 악재유상증자 하면 주가 떨어진다?!


유상증자는 이유가 어찌 됐든 돈이 없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악재로 인식됩니다. 또 주식 수가 늘어나면 1주당 얻을 수 있는 이익 크기인 ‘주당순이익(당기순이익/발행주식수)’이 줄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죠. 증자 후 주가 자체도 낮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기존 주식과 기능이 완벽히 동일한 신주를 기존보다 싸게 발행한다고 하면 주가 희석 효과로 주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죠. 또 신주를 싸게 구입한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7일 주주 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한 ‘이화전기’는 저조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는데요. 주가도 7% 이상 떨어졌습니다. 왜 일까요? 이화전기는 그간 잦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해왔는데 이번 증자 역시 채무상환자금이 주 목적이어서 흥행이 저조했다는 평가입니다.

부채를 갚아야 한다거나 기업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한다면 악재로 해석되겠지만, 새로운 설비에 투자하거나 추가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면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증자 방식도 중요합니다. 만약에 주식을 살 제3자가 유상증자를 진행할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곳이라면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지분이 다소 희석되더라도 파트너십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일반 공모의 경우 기존 주주도 외면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높은 확률로 주가를 떨어뜨립니다.

지난달 3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메타랩스’의 주가는 공시 후 2거래일 연속 급등했습니다. 이유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금을 M&A에 사용할 것이라는 자금 조달 목적 때문이었는데요. 여기에 신주를 배정받는 제3자는 최대주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오히려 이 점이 목적 달성의 신뢰도를 높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유증에서 손실 보지 않으려면? (feat. 신주인수권 활용)


그렇다면 유상증자 전략은 어떻게 짜면 좋을까요? 적어도 손실을 보고 싶지 않은데. 전문가들은 기존 주주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 청약에 참여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주주배정 방식은 주가가 급락해도 주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받을 수 있어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참여하기 싫다면 신주인수권증서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희석 효과를 방어할 수도 있습니다.신주인수권은 일정 기간 동안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한데요, 현재 시가보다 싸게 나왔기 때문에 즉각적인 차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다만 신주인수권을 싸게 사는 게 좋을지, 권리를 매도하는 게 이득일지는 신주 상장 이후에나 알 수 있겠죠…

최악의 대응은 신주를 배정받지 않고 인수권도 팔지 않는 것입니다. 싸게 살 권리를 포기한 것이므로 그만큼의 실제 손실이 발생합니다. 당장의 추가 현금 유출은 없겠지만, 증자 후에는 주식 수 증가로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기존 주식 투자분에서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이죠.

유증이 호재가 되는 주식도 있다?


일반 주식과 달리 리츠의 경우 유상증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합니다. 주가보다 배당수익률이 가치 평가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단기적으로는 유상증자로 주가가 빠지더라도 조달한 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신규 자산을 매입하면 배당 여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 리츠는 추가 자산 편입을 위한 재원을 축적해 놓기 어렵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일종의 사업 확장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금리 시대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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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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