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로터리]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이긴다

김영식 전 제1야전군사령관 (예비역 대장)

김영식 예비역 육군 대장. 사진제공=육군김영식 예비역 육군 대장. 사진제공=육군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이제는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 말을 듣고 사건의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당시 합참의 해외파병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사건을 담당했던 필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2007년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 23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돼 억류 도중에 2명의 국민이 살해당했다. 나머지 21명은 정부의 노력에 의해 순차적으로 풀려나 피랍 42일 만인 8월 30일 모두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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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탈레반과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현지에 다산 및 동의부대를 파병해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피랍 사건은 국방부와 합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직후 당장 이튿날 아침에 있을 대통령 주재의 대책회의에 참석해야 할 장관에게 사건의 진상과 대응 방향을 보고해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가용 첩보의 제한을 이유로 보고서 작성에 난색을 표하자 현지에서 파병 부대를 운용하고 있는 필자에게 책임이 자연스럽게 넘어왔다. 그리하여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50여 일 동안 군복을 입은 대령이 청와대 및 중앙행정 부처와 실시간 협조하면서 사건 처리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정확한 정보의 획득이었다. 하루에 두 번씩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대책회의 때마다 장관에게 새로운 정보,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정말로 힘들었다.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우리의 대응이 허사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노심초사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혈맹인 미군이 현지에서 작전을 하고 있어서 위성 사진을 포함한 최고 수준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한 정보를 활용해 정부의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물론 현지에 파병된 다산부대도 미군과의 협조를 통해 실시간에 필요한 정보를 보내주느라 큰 역할을 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외교부와 국정원에서도 정보 수집 능력을 확충해 보완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정보의 원천은 미국이 제공한 방대하고 세부적인 정보였다.

군인이다 보니 만약 이것이 피랍 사건이 아니라 전쟁 상황이라면 무엇이 문제일까를 함께 고민했다. 답은 역시 정확한 정보의 획득이었다. 다양한 출처에서 나오는 첩보를 해석하고 평가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승리를 향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기간이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여러 말들이 있지만 우리 군이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은 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정보 수집 및 운영 능력이다. 전쟁의 영역이 사이버와 우주로까지 확장된 현재 및 미래의 전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 획득 능력의 조속한 확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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