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택가에서 선 넘는 거 아닌가요?”…아파트 주민 괴롭히는 라이더 카페

주거 단지서 영업하는 라이더 카페

새벽까지 레이싱…소음 4층까지 들려

“수면제 먹고 겨우 잠들었는데 깼다”

가게 출입구가 인도와 맞닿아 있어

오토바이 인도로 달리고 주차도…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라이더 카페 앞 인도에 오토바이가 일렬로 주차된 모습. 사진=독자 제공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라이더 카페 앞 인도에 오토바이가 일렬로 주차된 모습. 사진=독자 제공




“오토바이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배기음 때문에 뇌가 진동을 해요. 주택가에서 너무 선 넘는 거 아닌가요?” (서울 강동구 암사동 주민 박 모 씨)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주로 찾는 라이더 카페가 주택가 인근에 속속 생겨나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카페 이용객들이 오토바이를 인도에 주차해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좁은 골목에서 담배를 피고, 새벽까지 빠른 속도로 운전하면서 큰 소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1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수도권 인근에서 영업하는 라이더 카페가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동작구 흑석동, 마포구 연남동 등 서울 시내 뿐 아니라 경기 화성시 반월동 등 수도권 일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토바이 이용자들은 이 곳에 모여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을 만나고, 동호회 모임을 갖는다. 관련 용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하기도 한다.

문제는 라이더 카페가 주거 공간 인근에 위치할 때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거주하는 박 모(26) 씨는 “이 동네는 전부 아파트 단지고, 아이들과 노인들이 많이 사는 조용한 곳이었는데 라이더 카페가 들어온 후 동네가 너무 시끄러워졌다”며 “새벽에 이 카페 이용객들이 사거리에서 굉음을 내면서 레이싱을 할 때면 분노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고 호소했다.



같은 동네 주민 이 모(30) 씨 역시 “평소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먹고 잠드는데 오토바이 배기음 때문에 새벽 2시에 깰 정도로 고통 받고 있다”며 “라이더 카페 손님들이 새벽 1~2시까지 점포 밖 노상에서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데 그 소음이 아파트 4층 집까지 들릴 때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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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초 앞 라이더 카페 영업 반대 서명 운동’.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흑석초 앞 라이더 카페 영업 반대 서명 운동’.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 곳은 초등학교 정문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라이더 카페가 생기면서 더 큰 반발이 일고 있다. 카페 이용객들이 초등학교 바로 앞에서 오염 물질과 소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카페 출입구가 인도에 있어서 오토바이들이 인도로 막 다니다 보니 학생들이 통학하다가 사고라도 날까 걱정된다”, “교실에서도 오토바이 배기음이 들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호 받아야 할 공간인데 이건 아니지 않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각종 불편을 참다 못한 주민들은 경찰과 국민신문고 등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화성시 반월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 모(41) 씨는 “얼마 전 국민신문고에 라이더 카페 소음 문제로 민원을 넣었는데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김 모(24) 씨 역시 “몇 번이나 민원을 넣었고 경찰에 신고도 해서 현장에 경찰이 오기도 했지만 문제점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민신문고 관계자는 “이륜차 소음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교통소음관리기준 평가를 적용해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교통소음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라이더 카페 업주들도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페 이용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식이다. 업주들은 소음 차단 벽을 설치하고, 오토바이 주차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조치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은 라이더 카페가 주거 단지 인근에서 영업하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흑석동 주민 권 모(42) 씨는 “조용한 아파트 단지 근처에 라이더 카페가 들어오면 애꿎은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노인이나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에서는 영업을 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남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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