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바이든 "美, 중동 안떠난다"

중동서 '아태'로 외교전략 이동 후

바이든 중·러 견제하려 구애 작전

NYT "독재자와 춤추려하나" 꼬집어

15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홍해 연안 제다의 알살람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15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홍해 연안 제다의 알살람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간)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 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원유 ‘증산 협조’를 구하려 중동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날을 세운 모양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러시아에 밀려 중동 내에서 입지가 줄고 있다는 초조함만 드러냈다는 지적이 미국 현지에서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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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최된 GCC+3 회의에서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떠나 그 공간을 중국·러시아·이란이 채우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동 문제에 적극 관여하는 파트너로 남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준수하는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지역에서 항해의 자유 보호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 추구 △중동 국가와 정치·경제·사회적 협력 추구 △인권 보호 추구 등 이른바 ‘중동 정책의 5대 원칙’을 직접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출범 이후 ‘중국 견제’를 국정 전면에 내걸고 외교·안보 전략의 ‘초점’을 인도태평양으로 이동시킨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8월 미군 사망자 발생 등 큰 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도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강행하는 등 중국 압박에 집중해왔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중국의 중동 진출의 ‘보폭’을 넓혀주는 역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자국의 대표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앞세워 중동에서 꾸준히 5G 등 정보 통신망을 늘리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도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구애’가 얼마나 먹혀들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협력 제스처에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NYT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독재자와 함께 춤을 추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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