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전념과 몰입, 헌신의 그림들

서초구 잠원동 비유엠갤러리 개관전

김홍주·이진우·함명수 '전념의 회화'

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




사진·영상 같은 뉴미디어가 주목받고, 개념미술과 설치작업이 득세하면서 “회화는 죽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전통적인 평면 회화에게 내려진 ‘종말론’ 같은 얘기였지만, 예술가들은 위기 속에서 회화의 본질을 더욱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회를 찾아냈다.



얇디 얇은 세필(細筆)로 수천 수만 번의 붓질을 거듭해 작품을 완성하는 원로화가 김홍주(77)가 그랬다. 그는 1960년대 개념미술운동을 펼친 S.T그룹의 일원이었다. 초기작은 실험적 회화였다. 1980년대에는 풍경이나 인물을 지도처럼 나열하는 독특한 ‘글씨그림’을 선보였다. 그는 어떤 특정한 대상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추상도 아니다. 오히려 추상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자 했다. 그림의 의미와 메시지를 다 빼버리고 그림 자체(painting itself)를 추구한 결과 그는 ‘그리기’ 그 자체에 도달했다. 김홍주의 작품을 ‘꽃’ ‘산’ ‘달항아리’로 보고, 그리 부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작가는 꽃을 그린 것도, 백자를 그린 것도 아니다. 그리는 행위와 감각만을 담았을 뿐이다.

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



김홍주와 이진우, 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전념의 회화’전이 8월 20일까지 서초구 잠원동 비유엠 갤러리(BUM Gallery)에서 열린다. 30년 경력의 현대미술 컬렉터인 박범기 대표가 새롭게 연 신생갤러리의 개관전이다. 박 대표는 “전념(專念)은 완전한 몰입(沒入)으로 나와 사물이 하나가 되는 경지를 가리키며 헌신(獻身)을 뜻하기도 한다”면서 “완전한 몰입으로 세계와 나의 구별이 사라지는 경지를 체득한 작가를 초대하고 싶었다”는 말로 기획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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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 '전념의 회화'전을 열고 있는 비유엠 갤러리 전경.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개관전 '전념의 회화'전을 열고 있는 비유엠 갤러리 전경.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


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진우(63)는 한지와 숯을 재료 삼아 작업한다. 천에 아크릴 용액과 미디엄을 바른 후 숯과 목탄을 뿌리고 한지를 덮은 다음 쇠로 된 솔로 문지르고 긁는다. 그 위에 다시 한지를 덮고 숯·목탄을 뒤섞고 또 긁고 문지르기를 수십 차례 거듭한다. 지난한 반복 끝에 탄생한 작품의 표면은 깊은 우주를 닮았다.

함명수(56)는 화면을 덮은 물감을 긁어내 작업하는 ‘긁기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전면적으로 달라진 신작을 내놓았다. 세필의 중첩으로 정물이나 도시와 자연 풍경을 그렸다. “화가·대상·캔버스가 하나 되는 경지 속에 화면의 대상은 관람자의 시선 이동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 갤러리 측의 설명이다.

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김홍주,이진우,함명수의 3인전으로 기획된 비유엠 갤러리 개관전 '전념의 회화'가 지난 15일 개막해 8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비유엠갤러리


갤러리스트로 변신한 박범기 대표는 “개관전인 만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고, 시대가 아무리 흐르더라도 얼마나 흐르더라도 사랑받을 수 있는 한국의 작가를 고르고 또 골랐다”면서 “전념과 헌신을 다해낸 작가를 초대한 만큼 이제 갤러리스트로서 새로운 역할을 다해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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