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이 18일 회담을 갖고 강제 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로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특히 한일 관계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이전에 강제 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공식 회담 및 ‘워킹 디너(업무 만찬)’를 함께하고 양국 현안과 공동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박 장관은 우선 이날 회담에서 한일 간 레드라인(금지선) 격인 현금화 이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현재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 배상 문제로 수년째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다. 일본 정부는 국내 사법부의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며 한국 정부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판결 불이행에 따른 후속 조치인 현금화가 진행되고 있어 양국 관계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 피고 기업의 국내 압류 자산 매각을 의미하는 현금화는 이르면 8월 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외교부 주도로 한일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대리인과 지원 단체 관계자, 학계·법조계·경제계 등 전문가, 전직 외교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날 오후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을 이용해 일본으로 출국한 박 장관도 “(일본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이 문제를 바람직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외무상 또한 강제 징용 피해 배상 문제의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국 장관은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양국이 공동 대응하는 한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 간, 한미일 3국 간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와 수출 규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강제 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반발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감행하자 지소미아 파기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후 정부가 조건부 종료 유예를 선언하며 지소미아 종료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현재 양국 간 군사정보 교류가 원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하야시 외무상에게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과 취지에 따라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제안하며 사증(비자) 면제 등 향후 교류 재활성화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 정비를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했다. 한국 외교장관이 양자 회담을 위해 도쿄를 찾은 것은 2017년 12월 강경화 당시 장관의 방일 이후 4년 7개월 만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중 피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해 조의를 표하고 일본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앞서 박 장관은 아베 전 총리 사망 직후인 11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차려진 아베 전 총리의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