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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영화관 힘든 '컬처웍스'에 930억 실탄 지원[시그널]

롯데시네마 운영 컬처웍스의 이노션 지분 10% 매입

코로나 쇼크로 입은 피해 줄이며 IPO 도전 밑천 제공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해 현대차그룹과 밀월은 지속

롯데시네마/사진제공=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사진제공=롯데컬처웍스




롯데지주(004990)롯데쇼핑(023530)이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계열사인 롯데컬처웍스가 보유한 이노션(214320)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 롯데컬처웍스는 현대차(005380)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차원에서 지분을 맞교환해준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 여파로 영화관 사업을 하는 롯데컬처웍스가 재무적 타격을 입고 기업공개(IPO) 작업마저 미뤄지자 그룹 차원에서 실탄 지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은 롯데컬처웍스가 보유한 이노션 지분을 각각 103만 주(5.15%) 씩 인수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총 206만 주를 매각하면서 931억 원을 손에 쥐었다

롯데컬처웍스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 지분을 갖고 있는 건 양사가 지분을 맞교환한 때문이다. 2019년 5월 롯데컬처웍스는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10.3%를 취득했고, 정 고문은 롯데컬처웍스가 발행한 신주 13.6%(신주 발행 후 기준)를 배정 받았다.



별다른 관계가 없던 양사의 갑작스런 지분 스와프 배경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자리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규제 대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큰 누나인 정 고문은 이노션 지분 27.99%를 보유해 규제 대상이었으나 롯데컬처웍스에 10.3%를 넘기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광고업계에서는 이 딜로 이노션과 롯데 광고 계열사 대홍기획이 상대방 그룹사 광고 수주를 늘리는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고문은 롯데컬처웍스의 기업가치 증대로 인한 차익 실현 계획도 세워뒀다. 롯데컬처웍스는 정 고문에게 일정 기간 내에 IPO를 통해 차익 실현 기회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약속된 기간 내에 IPO가 완료되지 않으면 정 고문에게 발행한 주식 전량을 현금으로 매입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정 고문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자산 증식 기회를 확보하고 ‘풋옵션(주식을 팔 권리)’ 안전 장치까지 확보해둔 것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지만 지분 스와프 이후 롯데컬처웍스의 경영 상황은 예상과 달리 급전 직하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화관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딥서치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매출 2348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7711억 원에 비해 5363억 원이나 급감한 것. 매출이 급감하면서 롯데컬쳐웍스는 2020년 1604억 원, 2021년 1323억 원의 영업손실을 잇따라 기록하며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롯데컬처웍스의 위기를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처지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624억 원에 그쳐 안정적인 운영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추가적 경영 악화로 IPO를 기대할 수 없게 되면 정 고문의 롯데컬처웍스 지분을 전량 현금으로 매입해야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 고문이 롯데컬처웍스 지분을 털어내는 순간 광고 계열사가 누리고 있는 낙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롯데컬처웍스의 회생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실탄 지원을 결정했다.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이 이노션 지분을 매입하는 딜 구조를 채택하면서 현대차그룹과 동행도 이어 가게 됐다. 정 고문 측도 롯데그룹의 롯데컬처웍스 지원 의지를 확인한 만큼 재무 구조 개선과 IPO 도전을 당분간 기다려줄 것으로 보인다. 롯데컬처웍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운영 자금 및 IPO에 도전하기 위한 성장 동력 확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최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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