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후변화 관련 예산안 통과가 가시화하면서 미국 클린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승세가 매섭다. 해당 예산안이 미 의회를 넘으면 최대 480조 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입되는 만큼 클린에너지 ETF가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안의 핵심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제조·생산력 강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현지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태양광주가 주력인 ‘인베스코 태양광 에너지 ETF(TAN)’의 주가가 7.51% 오른 82.8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상승은 비중이 높은 인페이즈에너지(7.62%)와 솔라에지(4.92%) 등 태양광발전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덕분이다. 클린에너지 ETF인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ETF(ICLN)’와 풍력주를 대거 담은 ‘퍼스트트러스트 글로벌 윈드 에너지 ETF(FAN)’도 이날 각각 7.02%, 3.45% 뛰며 주가 흐름이 좋았다.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21%), 나스닥(1.08%) 대비 눈에 띄는 성과다. 7월 들어 수익률 역시 TAN과 ICLN은 각각 16.09%, 14.38% 반등했고 FAN도 6.15%로 기세가 강하다.
그간 클린에너지 ETF의 발목을 잡던 ‘인플레이션감축법’이 이르면 8월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에서 최초 제시된 기후변화 관련 예산인 5550억 달러(약 720조 5010억 원) 대비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인 3690억 달러(약 479조 원)의 재원이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당 법안에는 태양광, 풍력, 전기차, 수소, 원전, 탄소 포집 등 그동안 논의된 대부분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개별 기업의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주거용 태양열 설치 업체인 미국 선런과 선노바는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각각 29.97%, 27.93% 오르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풍력발전 업체 베스타스와 오스테드 미국 법인도 각각 15.20%, 6.06% 뛰며 신바람을 냈다.
해외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ETF도 강세다. 수소 밸류체인 산업에 해당하는 글로벌 기업 중 상위 30개 종목을 담은 ‘KBSTAR 글로벌수소경제 Indxx ETF’는 미국의 온기를 받아 29일 하루에만 주가가 8.67% 치솟으며 상장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 통과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 전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향 비중이 높은 한화솔루션(009830)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제조 업체 인센티브로 600억 달러(약 77조 8980억 원)를 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태양광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tax credit)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에 1.7GW 태양광 모듈 공장을 이미 보유 중이며 2023년 2분기에는 1.4GW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로 확대해 현지 비중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호실적과 미국발 호재로 한화솔루션의 이번 주 주가 상승률은 30%를 넘어섰다. 국내 클린에너지 ETF 중 ‘KBSTAR Fn수소경제테마(367770)’는 이날 기준 한화솔루션 비중이 16.76%로 가장 높았고 이어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243890)(12.86%)’ ‘TIGER Fn신재생에너지(377990)(11.46%)’ 등이 뒤를 이었다. KBSTAR Fn수소경제테마와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는 한화솔루션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이번 주 주가가 각각 8.22%, 12.10% 오름세를 보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청정에너지 제조 예산안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공급망을 확충해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목표가 있다”며 “중국이 전체 밸류체인의 80~90%를 장악한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은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뿐인 만큼 국내 태양광 업체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