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재고·집값에 발목잡힌 美경제…"침체 진입" "얕은 침체" 갑론을박

[美 경기침체 논쟁]

■ 2분기 연속 역성장에 논란 가열

인플레·집값 상승 등 압박 커져

"경기침체 진입 시간문제" 지적

실업률 4개월째 역대최저 수준

바이든 "침체 아닌 둔화" 선긋기

침체-둔화 사이 '얕은침체' 분석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99센트 피자 가게 앞에 시민들이 줄 서 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99센트 피자 가게 앞에 시민들이 줄 서 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28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오른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워싱턴DC 아이젠하워 행정청사에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경제 상황과 산업 현안에 관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28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오른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워싱턴DC 아이젠하워 행정청사에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경제 상황과 산업 현안에 관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분기 국내총생산(GDP) 감소는 기술적 요인에 따른 영향일 뿐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4월 28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노력을 고려하면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바이든 대통령·7월 28일)

이제 미국 경제가 하락세에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1분기 GDP가 -1.6%를 기록했을 당시 ‘기술적 요인’이라며 성장 둔화를 인정하지 않던 바이든 대통령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 앞에서는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관건은 경기가 어느 수준까지 꺾일 것이냐다. 경기 둔화에 그칠 것인지, 심각한 경기 침체(recession)로 이어질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인 ‘얕은 경기 침체(shallow recession)’에서 멈출 것인지 경제계와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내놓은 2분기 GDP는 민간 기업의 재고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습을 드러냈다. 재고는 전체 2분기 성장률을 2.01%포인트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GDP를 구성하는 모든 항목 가운데 가장 큰 하락 요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열기를 띠었던 주택 투자도 0.71%포인트의 하락 요인이 됐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주택 가격이 동시에 뛰면서 중위 주택에 대한 월 대출 상환금이 지난해 말보다 56%, 금액 기준으로는 700달러나 늘었다. 이는 결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29일 발표된 7월 미국 개인 소비는 전월 대비 1.1% 상승하며 전망치(1.0%)를 소폭 웃도는 데 그쳤으며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7월 실질 개인 소비도 전월 대비 0.1%로 전망치(0%)에 거의 부합했다. 7월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하는 등 6월(6.3%)의 상승 폭을 넘어섰으며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7월 근원 PCE가격지수도 4.8%로 6월(4.7%)을 소폭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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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일반 가정이 인플레이션과 주식시장·주택 문제로 받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에 진입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월마트나 타깃과 같은 소매 판매점들은 판매 감소의 여파로 가격을 낮추고 수익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의 경기 둔화가 오히려 현시점에서 미국 경제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바로 수요를 둔화시켜 물가를 잡으려는 목적인 만큼 2분기 마이너스성장은 통화정책이 오히려 먹히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전 지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은 더욱 튼튼한 상황으로 전환하는 올바른 길에 서 있다”며 침체론을 일축했다. 미국 경제는 침체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 둔화(growth recession)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당한 성장 둔화세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진정한 경기 침체라면 경제 전반에 걸친 취약성이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가 갖는 자신감의 근거는 고용이다. 최근 침체기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석 달간 2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과 달리 2분기에는 110만 개의 새로운 고용이 창출됐고 실업률은 4개월째 역대 최저 수준인 3.6%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고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애플을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이 인력 감축 또는 채용 축소를 선언했다. 과거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연준은 2024년 실업률을 4.1%로 예상했는데 완전히 틀렸다”며 “긴축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경제가 침체와 둔화 사이의 ‘얕은 침체’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 금융위기나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코로나19 당시처럼 상대적으로 짧은 고통을 겪는다는 의미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침체는 아니지만 경제성장이 약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경제는 정체에 가깝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간신히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경기를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백악관은 고민이 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지표는 민주당에 상당한 당혹감을 선사했다”며 “아마도 공화당은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공식적인 선언과 관계없이 경기 침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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