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창용 "고물가 2~3개월 뒤 안정…금리 0.25%P씩 인상 바람직"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

향후 정책기조 국제 유가가 좌우

물가 예상 벗어나면 빅스텝 가능성

우크라 사태 등 경기 하방 위험 커

스태그플레이션 10월쯤 판단 가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2.08.01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2.08.0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성장률 하락의 위험에도 고물가 고착화가 더 위험하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25bp(1bp=0.1%포인트)씩 올리는 것이 적절하지만 물가 흐름이 예상을 벗어난다면 한 번에 50bp를 올리는 빅스텝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달 25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25bp 인상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면 이후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달 경제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4.5%)보다 상당 폭 높아지고 경제 성장률은 2.7%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추가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자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해외 요인의 변동이 없다는 전제로 6%를 넘은 물가가 2~3개월 지속된 후 조금씩 안정될 것”이라며 “예상했던 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면 정책의 폭과 크기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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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제 유가는 수요 둔화 우려로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낮아졌지만 주요 산유국의 증산 속도가 더디고 러시아 공급도 축소돼 공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 식량 가격 역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지연, 이상기후 심화에 따른 작황 부진 우려 등 변수가 남아 있다.

이 총재 역시 국제 유가를 최대 변수로 꼽았다. 그는 “우리가 예상하는 기조대로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제 유가”라며 “10월 이후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른다면 예상보다 물가가 오르고 그렇다면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주요국 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내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 총재는 최근 제기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2분기 성장률을 0.3%로 전망했는데 소비가 많이 늘면서 0.7%로 나와 국내 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며 “내년 성장률이 2%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확답하기 조금 이르고 10월쯤 해외 자료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체결한 600억 달러 규모의 ‘FIMA 레포(Repo) 기구’를 이용할 필요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FIMA 레포 기구는 미 연준이 외국 중앙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달러를 공급하는 제도다. 이 총재는 “FIMA 레포 제도로 쓸 수 있는 것은 아주 초단기 유동성”이라며 “지금 상황은 FIMA 레포가 도움이 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은도 한미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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