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해온 중소기업 A사는 올해 들어 중국 매출이 급감하면서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A사 대표 B 씨는 “글로벌 공급망 마비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수출 길이 막히자 공장 문을 닫고 공단을 떠나는 곳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도 버텨냈지만 과연 중소 수출 기업이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대 수출 지역인 중국의 봉쇄 정책과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마비 사태 장기화로 수출 길이 막히면서 사업을 접는 수출 중소 업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며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조치에 나선 가운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파고 등 국내외 복합 위기에 직면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2일 서울경제가 최근 4년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수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3년 새 수출 중소기업이 2269곳 줄었다.
2019년 상반기 7만 6202곳이었던 수출 중소기업은 올 상반기 7만 3933곳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 상반기 7만 5163곳에서 2019년에는 소폭 늘었지만 2020년 상반기 7만 6196곳으로 줄기 시작해 2021년 상반기(7만 5386곳), 2022년 상반기(7만 3933곳)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연평균 757.3곳의 수출 중소기업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달 말 중기부는 2022년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이 600억 달러를 넘어 역대급 성과라는 자료를 내놓았지만 정작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수출 중소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반기 수출 여건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는 휴폐업 수출 중소기업이 800여 곳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수출 중소기업이 크게 흔들리면서 50인 이하 수출 중소기업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세도 뚜렷하다. 최근 4년간 연평균 1만 3400여 명이 직장을 잃고 수출 전초기지인 산업단지를 떠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이 해외 수주 활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현장의 정책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시에 지원할 수 있게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