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CEO 80% "금산분리 대못 뽑으면 금융서비스 진화"…'투잡' 은행 나온다

[리빌딩 파이낸스 2022]

◆금융, 빅블러 시대 열어라

<1>금산분리 완화 한목소리

금융 빅데이터 활용, 이커머스·교육 등 영역확대 가능해져

10명 중 4명은 "정부 과도한 규제로 산업 발전 못해" 지적

"빅테크와 공정한 경쟁 판 만들고 금융사 운신폭 넓혀줘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금산분리를 국내 금융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로 보고 현재 금융 산업의 상황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금융자본의 탐욕’으로 폄훼돼 논의조차 어려웠던 금산분리 완화 주장이 금융 당국 수장의 입을 통해 비로소 공론화된 셈이다.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한목소리로 현재 금산분리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문화와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고 ‘빅블러(Big Blur·이종 산업 간의 결합 등 산업 경계가 흐릿해지는 현상)’가 글로벌 금융 산업을 이끌어가는 지금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전면적인 완화보다는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금융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수준에서의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CEO들은 금산분리 완화를 앞두고 이미 고객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e커머스, 여행,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은 물론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신용평가·헬스케어·교육 등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지난달 12일부터 25일까지 국내 금융회사 CEO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가 금산분리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불필요함(34명·68%), 매우 불필요함(1명·2%)을 포함한 수치다. 금산분리가 필요하다고 답한 CEO는 1명(2%)에 불과했다.



금산분리제도가 완화되면 금융 CEO들은 소비자 편익이 증대하고 금융 기업의 신사업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금산분리제도가 완화될 경우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라는 질문(중복 응답 허용)에 대해서는 41명(82%)이 금융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금융 기업의 신사업 진출 및 수익원 다각화를 꼽은 CEO는 40명(80%)이였으며 금융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응답자도 36명(72%)으로 상당히 많았다. 이외에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산업 자본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22명(44%)으로 꽤 높았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는 빅테크에 비해 금융 기업들이 규제가 심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줄곧 지적해왔는데 CEO들의 인식 역시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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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응답자 중 22명(44.9%)이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규제 완화를 꼽았다. 현재는 은행이나 보험·카드 등 금융사가 부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본업과 관련 있는 업무만 가능했는데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허용해 금융회사의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의미다. 비금융 자회사 허용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17명(34.7%)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현재 최대 15%로 묶여 있는 비금융 자회사 지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6명·12.2%)도 적지 않았다. 다만 금산분리의 완전 폐지를 의미하는 산업과 금융 간 상호 지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4명(8.2%)으로 소수에 그쳤다. 사회적 비용과 논란이 큰 금산분리의 완전 폐지보다는 낮은 수준의 규제 완화만으로도 국내 금융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또 금융 CEO들은 한국 금융 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전히 과도한 금융 규제를 꼽았다. 응답자의 38%인 19명의 CEO가 이 응답지를 선택했다. 이어 ‘금리 인하 요구 등 관치 금융 잔재’를 꼽은 CEO도 13명(26%)으로 적지 않았으며 빅테크와의 차별적인 규제를 꼽은 응답자도 14명(28%)으로 응답자의 대부분이 규제 관련 항목을 꼽았다. 지난해 초 서울경제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3%가 ‘정치권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미래 금융의 걸림돌로 꼽은 바 있는데 그때와 지금 금융 CEO들이 느끼는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이외에 CEO들은 디지털 인력 부족(2명·4%), 경직된 내부 문화(1명·2%), 강성 노조 문화(1명·2%)도 금융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들은 빅테크와의 경쟁을 위기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핀테크와 경쟁하는 현재의 금융 환경이 전통 금융회사들에 위기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동의했다(그렇다 34명, 매우 그렇다 6명). 아울러 금융 CEO들은 현재 금융 당국의 규제가 금융과 비금융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금산분리를 금융업에만 한정하는 것이 금융과 비금융 간 차별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0%인 40명이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7월 12일부터 27일까지 진행했으며 국내 금융 지주 8곳, 은행 12곳, 보험사 15곳, 카드사 8곳, 저축은행 7곳 등 총 50개 금융회사 CEO들이 참여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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