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비대위 체제의 출범과 함께 국민의힘 지도 체제도 정상화 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친이준석계’를 포함해 당 안팎에서도 새 지도부 체제에 일단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체제 전환에 반발해 13일 기자회견과 가처분 신청 등 결사항전을 예고한 이준석 당 대표에게는 자중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9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대해온 목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있는 모습이다. 전일 정미경 최고위원과 한기호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에 이어 당이 내홍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의 비대위 전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를 고민해온 김용태 최고위원은 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효력정지 가처분은 신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예고했던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그는 “책임 있는 보수 정당의 일원으로서 국가 재난 상황에 준하는 호우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취소하겠다”며 “이 순간 무엇이 국가와 국민, 그리고 당을 위해 중요한 것인지 고민했다”고 취소 사유를 설명했다. 또 “저들이 무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저도 그렇게 하면 국민들께서 집권 여당을 어떻게 보시겠느냐”고 부연했다. 비대위 전환의 정당성을 비판해왔지만 가처분 신청 등 내홍을 키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박민영 대변인 역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성한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기능적으로 비대위로 넘어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만류하는 목소리는 힘을 받고 있다.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한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이제는 멈출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는 당의 귀중한 자산이고 이번 일들을 잘 해결하고 좀 더 거듭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계속 소송 등을 강행하다 보면 옆에 있던 분들까지 떨어져 나갈 우려도 있지 않느냐. 이제는 본인을 위해서 당을 위해서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위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한 라디오(MBC) 인터뷰에서 당 내 분란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 돌리고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혼연일체로 정책을 협의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비대위 전환 이후 방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