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고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6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후 처음으로 영업적자가 1000억 원 이하로 떨어지고,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가 흑자 전환했다. 이에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흑자 경영’ 자신감도 더 커졌다. 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쿠팡은 한국 전체 e커머스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곧 글로벌에서 세 번째로 큰 e커머스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쿠팡은 이날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달러 기준 12%) 증가한 50억3782만 달러(한화 약 6조5743억 원·환율 1305원 기준)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적자는 6714만 3000달러(약 876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줄었다. 매출은 직전 분기의 51억 1668만 달러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적자가 1000억 원 이하로 줄어든 건 상장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14년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조정 EBITDA 기준 6617만 달러(863억 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초에 연간 조정 EBITDA 손실 규모를 4억 달러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흑자를 낸 이번 분기를 시작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실적개선세에 대해 김 의장은 풍부한 고객 경험과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에 들인 막대한 투자, 지속적인 물류·기술 투자로 인한 효율 확대 등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 2분기 로켓배송, 특별할인, 무료 비디오 콘텐츠 등 와우 멤버십 혜택에만 5억 달러(약6500억 원)를 투자했다”며 “이는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물류 자동화 등에 대한 투자가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고 덧붙였다. 전국 30여 개 지역에서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 및 배송캠프를 운영하는 쿠팡은 최근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무인 운반 로봇(AGV)으로 집품과 운반 작업을 하는 것은 물론 주문 제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오토 소터(auto sorter)도 도입했다. 쿠팡이 이 같은 기술에 투자한 금액은 2020년 5000억 원, 2021년 7500억 원에 달한다.
그 결과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제품 커머스 부분의 2분기 매출은 48억7753만 달러(6조3651억 원)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고, 쿠팡이츠가 주축인 신성장 사업 부분의 매출도 24% 늘었다. 다만 신성장 사업 매출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음식 배달 플랫폼 이용이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성장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7% 줄었다. 쿠팡이츠 이용이 줄면서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Active Customers) 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로는 5%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 1811만 명 대비로는 약 23만 명 줄어든 1788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아난드 CFO는 “로켓배송과 로켓브레시 등 제품 커머스 분야의 고객은 늘었지만 쿠팡이츠 고객이 줄어든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활성 고객 1인당 구매 금액은 282달러로, 직전 분기 283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 한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이 올해 6월부터 적용된 만큼 이에 따른 영향은 3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쿠팡 측은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이 최근 발간한 ‘2022년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입점 소상공인 수는 15만7000명이고, 이들의 지난해 거래금액은 8조1000억 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약 2배 늘었다. 한편 이날 쿠팡의 주가는 전날보다 4.11% 오른 19.76달러에 마감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도 상승세를 보이며 4개월 만에 20달러 대를 회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