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전 세계를 휩쓴 스마트폰 시장 침체 신호에도 불구하고 올 가을 출시되는 아이폰14 생산량을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아이폰14의 생산량을 9000만대 수준으로 맞출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인해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애플은 지난해와 같은 2억2000만여대의 생산량을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9%가 급감했다. 올해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3.5%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도 애플이 역대급으로 신규 이용자를 많이 유치한 아이폰13 출시 때와 비슷한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업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플은 올 2분기에도 아이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 늘어난 406억7000만 달러(약 52조70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383억3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신규 이용자로 유입하는 데 성공을 거둬 신규 이용자수 증가율이 두자릿수에 달하는 신기록을 세웠다”며 “전체적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오는 3분기에는 매출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3 모델 수요가 제품의 출시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시점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수요 강세를 보이는 만큼 다음달 아이폰14가 출시되면 이 같은 수요 강세에 모멘텀이 더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한 연구원은 “현재의 거시 경제 환경이 애플의 아이폰 사업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애플이 아이폰 생산량을 그대로 가져가는 만큼 당분간 맥과 아이패드 제품군의 생산 지연 및 차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맥 제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738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870억 달러)를 크게 하회했다. 아이패드 매출 역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 감소한 722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자체시스템온칩(SoC) M2를 탑재한 맥북에어 역시 지난 6월 출시됐지만 제품 배송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3월 출시된 맥스튜디오 역시 여전히 배송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