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What] 엔저에 공장 돌아와도…日, 일할 사람 없다

■日 기업 리쇼어링, 벌써부터 '한계론'

화장품서 가전·반도체까지

공급망 재편 틈타 기업 유턴

엔화 약세 반사이익도 기대

美는 35만개 일자리 늘지만

만성 인력부족 시달리는 日

"제한적인 리쇼어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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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일본에도 ‘리쇼어링’ 바람이 불고 있다. 반도체·가전·자동차부터 의류·화장품 분야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일본으로 되돌리거나 확충하고 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을 계기로 해외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최근의 엔화 약세로 ‘메이드 인 재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다만 인구 감소로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으로의 리쇼어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론’도 만만치 않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전 업체 파나소닉어플라이언스는 청소기 공장을 중국에서 일본 시가현으로 이전하는 등 중국에 집중됐던 생산 설비를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로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 주력 공장을 둔 자동차 회사 마쓰다는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200여 곳의 거래처를 상대로 국내 재고 확보를 요청할 방침이다. JVC켄우드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국내용 자동차 내비게이션 제조 거점을 올 1월 일본 나가노현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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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본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공급망 재편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 상하이의 도시 봉쇄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은 기업들의 행보가 분주해졌다. 마쓰다는 상하이 봉쇄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영향으로 2분기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4%나 줄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프렌드쇼어링’의 와중에 일본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기옥시아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소니그룹과 덴소는 대만 TSMC와 손잡고 각각 미에현과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더해 품질관리를 위해 일본 생산을 확대한 기업들이 ‘엔화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5엔을 훌쩍 넘길 정도로 하락하면서 해외 생산의 이익이 줄어든 반면 국내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고품질로 평가받는 일본 소비재 품목에서 메이드 인 재팬의 수요가 강해지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가 2019년 이후 일본 공장을 3곳에서 6곳으로 증설하는 것이나 의류 대기업 월드가 고가 의류 생산 시설을 일본으로 옮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문은 “엔화 약세로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해외 시장에서) 일본제를 선택하기가 쉬워졌다”고 풀이했다.

다만 미국이 올해 리쇼어링으로 3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일본의 리쇼어링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 상공리서치의 설문에 따르면 공급망 혼란을 겪은 기업 4352곳 중 리쇼어링을 대응 방안으로 꼽은 기업은 135곳(3.1%)에 그쳤고 절반에 가까운 2032곳(46.6%)이 조달처 분산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들은 통화 변동성 등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해왔다”며 “무엇보다 기업이 국내 생산을 재개하고 싶어도 일본의 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생산가능인구가 해마다 줄고 있는 일본에서 6월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은 1.27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무라연구소는 일본의 노동력 부족 규모가 2030년 104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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