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기영에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새로운 문을 열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주로 철없고 웃긴 캐릭터로 시청자들과 만났던 그가 해당 작품을 통해 감정적이고 묵직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다. "배우로서 방향성을 찾은 기분"이라는 강기영이 보여줄 모습은 무궁무진하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다. 강기영이 연기한 정명석은 로펌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로 누구보다 독하고 치열하게 달려온 인물.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인 그는 엉뚱한 멘티 우영우를 만나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간 코믹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던 강기영. 그가 엘리트이자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다정한 상사의 모습을 보여준 건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정명석 같은 역할을 맡기 위해 공백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강기영에게 정명석은 도전이자 변신이다.
"정명석 같은 좋은 멘토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를 무조건 해야 된다'는 심정으로 감독님과 미팅했어요. 그날 '됐다'는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미리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 정도로 간절했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이미 식사를 산 거 출연하시죠'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감정 교류가 많은 배역에 대한 갈증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기존에 제가 했던 캐릭터들도 분명 애정을 갖고 임했거든요. 그래도 정명석을 하면서 감정적인 교류가 많아 배우로서 새로웠어요. 정명석으로 연기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배우들과 합을 맞추면서 시너지가 터지는 것도 오랜만에 느꼈죠."
정명석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닌 캐릭터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를 팀원으로 오롯이 바라보고, 신입 변호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는다. 또 팀원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유형이다. 때문에 세상에 없다는 의미에서 '유니콘 상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저는 평소에 배울 점이 있다면 어린 사람이든, 강아지든 상관하지 않고 배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걸 인정하는 게 정명석이에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개인주의가 더 심해진 것 같고, 더 각박해졌잖아요. 이런 시기에 정명석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준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판타지로 보일 수도 있는 참 어른이잖아요."
"사실 직장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어린데도 불구하고 잘하는 배우가 있으면 무조건 배우고 싶거든요. 그런데 직장에서는 인정하는 순간 내가 이 친구보다 못해 보이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흔치 않아기에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나 봐요."(웃음)
정명석의 외적인 모습은 클래식한 수트로 완성했다. 시니어 변호사로 신입 변호사를 통솔해야 되는 카리스마를 의상을 통해 구현한 거다. 여기에 안경을 더해 지적인 이미지까지 잡을 수 있었다.
"제가 원래 의상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편이에요. 편한 걸 입는 스타일인데, 시니어 변호사라 각이 딱 잡힌 게 좋다고 생각했죠. 할 수 있는 건 다 한 느낌이에요. 멋있고 샤프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외적인 건 외적인 거고, 캐릭터들과의 관계가 정명석을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렇게 정명석을 완성한 강기영은 실제 자신과 캐릭터가 60% 정도 닮은 것 같다고 말하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강기영이 현장에서 중요시하는 건 행복한 분위기다. 이는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금방 떨치고 기회를 주는 정명석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제가 그동안 겪었던 일 중, 나쁜 과정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크고요. 물론 그걸 겪어야 성장하는 게 있을 테지만, 선배의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거죠. 정명석도 신입 변호사들을 보면서 같은 마음을 느꼈을 거예요."
현장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기영의 노력 덕인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도 강기영이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다.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특히 우리 드라마는 밝고 명랑한 장르잖아요. 더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다른 배우들도 제가 막 던지는 이야기를 잘 받아줬어요. 그러니까 촬영장 오디오가 빌 틈이 없었던 거고요. 분위기 메이커는 아무래도 저 같아요. 여러분의 자양강장제가 되고 싶어요. 또 배우들이 다행히 껴줘서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웃음)
화기애애하게 끝마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시청률과 화제성에서도 미소를 보일 수 있었다. 시청률 17.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종영하며 그야말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기 때문. 대한민국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 몰랐어요. 저도 '서브 아빠', '유니콘 상사' 등 재밌는 별명이 많이 생겼죠. 정명석이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요. 작품 자체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데, 그걸 좋게 봐주셨죠."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강기영에게는 40세에 찾아온 커다란 선물과 같다. 강기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다양해진 것 같다고 안도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이제 좀 마음 편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가족들이 그전까지는 항상 노심초사하면서 제 작품을 본 게 있어요. 배우로서 제 방향이 분명하지 않았으니까 걱정한 거예요. 그래도 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아서 좋아해 주세요. 또 그게 저한테는 큰 힘이 되고요. 사실 전까지는 대중이 강기영에 대해 호기심이 없을 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재밌는 역할을 많이 하는 이미지가 크잖아요. 이제 정명석으로 다른 문을 연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