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송사들이 메타버스·AR(증강현실)·아바타 등 신기술을 도입한 프로그램 제작·방영에 나서고 있다. TV를 떠나 유튜브·SNS 등으로 옮겨가버린 MZ세대를 다시 브라운관 앞으로 데려오고, 또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TV 시청층을 사로잡아 수익모델 확대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MBN은 지난달 26일부터 국내 최초 메타버스 뮤직쇼 ‘아바타싱어’의 방영을 시작했다.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 10팀이 3D 아바타로 구현돼 공연을 펼치는 15부작 예능이다. 가수들이 본인의 정체를 숨기고 공연에 나서고, 패널들이 이들의 정체를 추리하게 된다.
TV조선도 메타버스 음악 예능 ‘아바드림’을 10월 3일부터 방송할 예정이다. 24인의 ‘드리머’들이 버추얼 아바타를 통해 또 다른 나와 공연을 펼치고, ‘드림캐쳐’들이 이들의 실제 정체가 누구인지 추리하는 형식의 예능이다. 대표 홍보대사로는 강원래가 선정됐다. 5일에는 듀스 김성재의 실감나는 아바타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존 TV 시청층에 익숙한 중견급 이상 연예인들을 투입시키고 아바타화하며 주 시청층을 신기술에 적응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TV조선은 올해 초 ‘부캐전성시대’를 통해 메타버스 방송을 선보인 바 있다.
JTBC는 메타버스 연애 예능 ‘러브in’을 지난달 23일부터 방영하기 시작했다. 가상 캐릭터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교류하는 남녀 8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만나도록 해 외면이 아닌 내면의 가치만을 통해 상대를 판단해 나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JTBC는 이미 ‘뉴페스타’를 통해 메타버스 속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선보인 바 있다. 6월 방영돼 최근 종영한 뉴페스타는 메타버스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다양한 공연을 보여줬다. 윤종신·이상순·거미·윤도현·박정현 등이 메타버스 속에서 공연을 펼쳐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음악을 들려줬다.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TV 시청자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아직 뜨겁지 않다. JTBC ‘뉴페스타’는 신선한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1%를 넘지 못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3D 아바타의 완성도와 디자인이 화제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3D 아바타가 실제 사람보다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중년 세대 이상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메타버스에 익숙하지만 TV를 시청하지 않는 MZ세대를 어떻게 시청자로 포섭할지도 문제다.
그럼에도 방송국들의 신기술 도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청층 등 저변 확대를 통한 수익원 확대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되고 방송됐던 드림콘서트는 향후에는 메타버스를 융합한 콘서트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코미디도 메타버스와 연계된다. 지난달 22일 제10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코미디 공연 ‘코미디 버스’가 열렸다. 가상공간 속에서 코미디 공연이 열렸고, 이 공연은 부스 밖 모니터와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외부에 송출됐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메타버스 등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악방송도 메타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국악방송은 메타버스 속 국악 등 전통문화를 활용한 세계관을 만들고, 유저들이 아바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이 곳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국악 오디션도 펼쳐질 예정이다. 김준수·유태평양 등 국악계 소리꾼들도 이 세계관에서 활동 중이다. TV 채널에서는 전통 국악 공연을 주로 방송하지만, 앞으로는 TV를 통한 아바타들의 국악 공연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