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4월 한 차례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있었던 데다가 폭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하반기 손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5일 올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발표하며 보험사들에 보험료 인하 압박에 나섰다. 금감원 측은 “손보사들의 영업 실적이 양호하고 손해율 안정화 요건이 조성됐다”며 “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해율 등 영업 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해 차 보험료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감독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금감원과 보험 업계 간 본격적인 자동차 보험료 인하 논의는 없지만 당국이 공식적으로 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동안 당국이 상반기 기준으로 실적을 따로 집계해 배포하거나 배포 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보험료 인하 여력에 대해 언급한 경우가 없었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보험료 인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동차 사고율이 감소하고 가입 대수가 증가하면서 보험료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해율 감소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보험사의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12개 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6264억 원으로 전년 동기(4137억 원)보다 51.4% 급증, 상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금감원은 8월 수도권에 집중됐던 폭우로 인해 손보사들의 손해액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재보험 가입에 따라 손해액이 400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 업계는 이미 4월에 한 차례 보험료 인하를 단행했고 이제 막 상반기가 지난 시점에서 보험료 조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계절적 요인 및 자동차 이동량 증가 등으로 인해 통상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장마철 폭우·태풍 등에 따른 침수 피해, 빙판·폭설 계절적 요인, 자동차 부품비, 병원 진료비 증가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맞물려 하반기 손해율 추이는 당분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