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매일 소주 반 병 괜찮겠지…20대도 '이 병' 걸릴 확률 높다 [헬시타임]

서울대병원·숭실대 연구진, 20~30대 153만 7836명 대상

누적 음주량-심방세동 위험 연관성 전국 코호트 연구 결과 발표

젊은 성인도 중등도 이상 음주 지속하면 심방세동 발생 위험 ↑

20~30대 젊은 성인도 습관적 음주를 지속하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투데이20~30대 젊은 성인도 습관적 음주를 지속하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투데이





불볕더위가 물러가고 술 마시기 좋은 계절이 왔다. 저녁 시간이면 퇴근 후 술 한잔을 기울이는 직장인들로 골목 골목이 북적인다. 특히 이번 추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인 만큼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 친지들과 술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30대 젊은 성인도 습관적 음주를 지속하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주종에 관계없이 4년간 매주 28잔 이상을 마신 20~30대는 비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최대 47%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병원 최의근·이소령 교수팀(한민주 임상강사)과 숭실대 한경도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39세의 젊은 성인 153만7836명을 대상으로 누적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20~30대가 4년 연속 중증 음주를 지속했을 때 심방세동 위험도는 최대 47% 증가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20~30대가 4년 연속 중증 음주를 지속했을 때 심방세동 위험도는 최대 47% 증가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발생하는 빠른 맥의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이다. 두근거림, 흉부 불편감 등이 주요 증상으로, 심한 경우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동반한다. 질환이 더욱 진행되면 심방 내 혈전이 생겨 뇌혈관 또는 신장혈관 등을 막아 뇌졸중과 혈전색전증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본래 심방세동은 노인 인구의 약 10%에서 발생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지만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젊은 사람에게 발병하면 약물치료와 전극도자절제술 등을 병행하는 강도 높은 치료를 진행해도 재발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더 나쁘다고 알려졌다. 무엇보다 뇌졸중, 심부전 등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적극적인 예방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젊은 성인의 습관성 음주와 심방세동 위험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전국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를 시행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총 4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성인 153만 7836명이 분석 대상이다. 연도별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 ▲경도 음주(주당 105g 미만, 14잔 미만) ▲중등도 음주(주당 105~210g, 14~28잔) ▲중증 음주(주당 210g 초과, 28잔 초과)으로 나눠 4년 동안 누적 음주량을 점수화하고 평균 6년간 이들의 심방세동 발생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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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 이소령 교수, 한민주 임상강사, 숭실대 한경도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 이소령 교수, 한민주 임상강사, 숭실대 한경도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그 결과 4년간 중등도 이상(주당 105g 이상, 14잔 이상)의 음주를 지속한 사람의 경우 비음주자 및 경도 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위험이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정의된 1잔의 알코올 함량은 주종에 관계없이 7.5g이다. 소주 1병이 약 7잔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일주일에 소주 2병을 마신 경우 심방세동 위험 증가율이 25%에 달한 것이다.

특히 4년 연속 중증(주당 210g 초과, 28잔 초과) 음주를 지속한 사람의 경우 비음주자 대비 심방세동 위험이 47% 더 높았다. 일주일에 소주 4병, 즉 매일 소주 반 병을 마신 경우 심방세동 증가율이 50%에 육박했음을 알 수 있다.

4년간 알코올 부담 및 4년간 누적 알코올 섭취량에 따른 심방세동의 위험성. 사진 제공=서울대병원4년간 알코올 부담 및 4년간 누적 알코올 섭취량에 따른 심방세동의 위험성.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음주와 심방세동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선행연구가 존재하지만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음주가 심방세동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젊은 성인도 중등도 이상 음주를 지속할 경우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젊은 성인에게 금주 및 절주를 확실히 권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소령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젊은 성인은 음주의 부작용으로 심방세동이라는 생소한 부정맥을 떠올리지는 않는다”며 “심방세동은 한 번 발병하면 치료가 쉽지 않고, 특히 젊은 환자는 뇌졸중, 심부전 등 합병증의 위험을 긴 여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심방세동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적 가치를 인정 받으며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9월호에 게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심장학회 뉴스(American Heart Association News)에서 주목하여 기사로 다룬 바 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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