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알짜 부동산을 담을 삼성리츠가 내년 증시 입성을 앞두고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자금 모집을 마무리해 삼성생명(032830)이 보유 중인 빌딩들을 선매입 하는 것이 목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SRA자산운용은 삼성 에프엔 리츠 상장을 위해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016360)을 선정하고 1200억 원의 프리IPO를 진행하고 있다. 추후 리츠 공모 시 투자자 모집을 원활하게 하려고 대형 증권사 2곳도 공동 주관사로 뽑았다.
삼성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생명 내부에 리츠 사업팀을 만들어 사업을 검토해왔고 최근 자본 확충 이슈와 더불어 계열사들 간 부동산 투자 시너지를 내기 위해 리츠 결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년부터 보험사들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 받는데 회사가 보유한 부채(추후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역시 보험사가 직접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준비금을 현행 6~9%에서 최대 25%까지 확충할 것을 요구한다.
삼성생명은 올 1분기 말 기준 장부가액만 약 3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용 부동산을 갖고 있다. 삼성리츠의 기초자산으로 우선 검토 중인 부동산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대치타워와 중구 태평로 에스원 빌딩이다. 대치타워는 2004년 삼성생명 취득 당시 887억 원이었지만 강남 테헤란로 중심 대로변에 위치해 현재 몸값이 급등한 상태다. 태평로 에스원 빌딩도 2002년 삼성생명이 신축해 시가 평가를 받은 적은 없지만 인근 건물이 올 해 3.3㎡당 37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할 때 비슷한 가치가 거론된다.
다만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오른 것이 삼성리츠 출범에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져 투자 자산들의 ‘캡 레이트(매입금 대비 순수익률)’가 크게 떨어진 때문이다. 최근 상업용 빌딩 투자 수익률이 3%대인데 그룹사 리츠는 계열간 공정거래 이슈를 철저히 따지기 때문에 캡 레이트를 올리기 어렵다. 최근 상장 리츠의 수익률이 5~6%, 오는 6일 상장하는 KB스타리츠가 연 7% 배당 수익을 약속하고 있어 삼성리츠가 넉넉히 투자 실탄을 확보할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이에 자산 매입 규모보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연 4~5%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차입 없이 100% 현금으로 자산을 매입하려했지만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시장에서 한 번에 조달하기 어려워 선순위 대출을 받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측이 선순위 대출을 받으려 금융회사들과 논의 중이며 삼성생명도 일부 자금을 지원할 것” 이라며 “11월까지 자금을 납입해 삼성생명에서 자산을 이관받으려면 시간이 많지 않아 프리IPO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삼성리츠를 비롯해 미래에셋글로벌리츠(396690)와 인마크리츠 등 다수의 상장 리츠가 투자가 모집에 나선 가운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것은 부담이다. 현재 인마크리츠와 한화리츠가 각각 1000억 원 안팎의 프리IPO 투자가를 모집 중이며 미래에셋글로벌리츠도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기관 투자가들을 만나고 있다. SK디앤디(210980)플랫폼리츠도 지난 6월 물류센터를 인수하면서 차입한 900억 원을 증자를 통해 리파이낸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