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군림하는 보스 or 공감하는 리더…당신은 '어떤' 상사입니까

■1주일 1가지, 한 권으로 끝내는 켄 블랜차드 리더십 수업

켄 블랜차드·랜디 콘리 지음, 서경B&B 펴냄

세계적 '리더십 전문가' 블랜차드

훌륭한 리더의 52가지 지혜 제시

조직 통제 대신 소통·경청·봉사

명확한 목표 제시·동기 부여 등

구성원 돕는 '서번트 리더십' 강조





“이봐, 해봤어?” 기업가 정신의 대명사인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리더십을 압축하는 말이다. 정 회장은 ‘하면 된다’는 불굴의 도전 정신을 원동력으로 삼아 무(無)에서 유(有)를 일궈냈고 한국 산업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역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이어 불량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우는 충격 요법을 통해 삼성을 일류 혁신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들 리더들은 명확한 미래 비전과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었고, 돌격형 조직문화는 기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리더의 고독한 결단에 근거한 상명하달식 의사 결정은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역량 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등 경영 환경 급변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자율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등장으로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조직 내부의 소통과 공감, 신뢰 구축 등에 기반을 둔 ‘서번트 리더십’이 각광받는 이유다.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가 자신의 이익보다는 직원과 고객에 봉사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스스로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번역 출간된 ‘1주일 1가지, 한 권으로 끝내는 켄 블랜차드 리더십 수업’은 서번트 리더십을 통해 세대를 넘어 서로 믿고 함께 돕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담았다. 글로벌 리더십 교육 기업인 켄블랜차드컴퍼니의 켄 블랜차드 설립자와 랜디 콘리 부사장이 공동 집필했다. 블랜차드는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분 경영’ ‘겅호!’ 등 숱한 베스트셀러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65종의 저서를 출간해 전세계 47개국에 총 2300만부를 판매했다.

켄블랜차드컴퍼니의 켄 블랜차드(왼쪽) 설립자와 랜디 콘리 부사장켄블랜차드컴퍼니의 켄 블랜차드(왼쪽) 설립자와 랜디 콘리 부사장



책은 ‘왜 리더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조직관리 상식을 실천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일주일에 한 가지씩만 실천하면 누구나 서번트 리더가 될 수 있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지혜’ 52가지를 제시한다. 서번트 리더십도 다른 리더십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비전과 방향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령 월트 디즈니는 사업의 목적은 ‘행복’, 미래는 ‘고객들이 테마파크에 입장할 때 지었던 미소를 떠날 때에도 지으며 떠나는 것’, 가치는 ‘안전·공손함·공연’이라는 강력한 비전을 갖고 있다. “만일 구성원이 어디로 가고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그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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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 리더십의 차별점은 비전과 방향이 명확해진 이후 리더는 군림하지 않고 교육·피드백·경청·소통 등을 통해 합의한 목표를 구성원들이 달성하도록 돕는 역할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이 때 저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결과와 성과에만 집중하는 리더십이다. 조직 내 관계까지 얻을 수 있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최고의 성과와 최상의 구성원간 관계, 모두를 얻는 최선의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리더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며 구성원들이 잘 하는 일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두면 칭찬에 인색하지 않아야 하고 목표를 벗어나면 질책 이전에 방향을 재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야 갑자기 등장해 부하 직원들을 못살게 구는 이른바 ‘갈매기 경영’은 리더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뛸 수 있도록 리더가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일정 경계 내에서는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명령에 따르기보다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 리더가 신뢰를 받으려면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점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하며, 권력을 타인을 돕는 데 쓰고 겸손해야 한다. 아울러 홀로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함께 일해야 한다.

이 때 조직 내 신뢰 형성은 창의성·혁신·생산성·효율성·사기 등 모든 성과의 기본 토대다. 그렇다면 리더십 성공을 좌우하는 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저자는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을 빌어 “누군가 자신을 신뢰하게 만드는 방법은 내가 먼저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신뢰 받는 리더가 되려면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 진실 만을 말하도록 노력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가 자주 저지르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약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팀원들은 리더의 장점에 감탄할 뿐 아니라 약점에 솔직한 리더도 존경하기 마련이다. 또 수많은 리더들은 다른 사람과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그러나 완벽한 통제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신뢰의 반대말은 불신이 아니라 통제”다. 자신을 통제하려는 리더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리더가 혁신적인 전략을 세울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 그 자체보다는 변화를 강요받는 것, 즉 통제에 저항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서번트 리더십만 갖추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다만 제대로 된 사과와 리더의 책임 인정이 필수다. “어느 누구도 ‘우리’보다 똑똑하지 않다. 위대한 리더들은 자신의 능력이 주위에 모인 사람들 만큼만 있다는 것을 안다. 구성원과 함께 일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열린 소통을 하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이다.” 1만7000원.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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