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물의 성공담이나 아주 큰 좌절을 딛고 일어선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생활 속 소소한 실패들도 우리 삶에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사회의 기준이나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최선을 다했느냐 하는 것이죠.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아나운서에서 유명 유튜버, 이번에는 작가로 변신한 최서영(사진) 씨는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외로움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케이블 방송 아나운서 출신인 최 작가는 2016년 퇴직 후 유튜버로 전향했고 지금은 ‘가전 주부’와 ‘말 많은 소녀’ 채널로 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올 8월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잘 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를 출간, 2주 만에 3만 부를 찍기도 했다.
최 작가는 성공이나 대단한 좌절 극복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결혼과 출산, 가족과의 관계 등 생활 속 소소한 실패들을 거론한다. 그 자신도 이전까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다. “능력이 부족했다”고 고백도 했다.
케이블TV 아나운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5년을 못 버텼고 드라마 보조 각본 작가도 1년도 안 돼 그만뒀다. 처음에는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세상을 잘 살기 위해 용을 썼지만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을.”
인터뷰 중 그의 모습은 밝았다. 스스로 ‘좌절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남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최 작가에게 성공이란 최선을 다하는 것, 자신의 힘으로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는 “유산소운동을 할 때 숨이 턱까지 차 더 이상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둔다”며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는데 그 정도라면 나에게는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욕심도 많다. 건강, 커리어, 남들과의 관계, 경제적 능력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누리고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유가 남다르다. 최 작가는 “하나에만 집중했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될 때 번아웃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러 가지를 다 갖추면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것들이 받쳐주면서 다시 회복할 기운을 차리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성실함은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그는 자신을 너무 뛰어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한 일반인’으로 규정한다. 면접 보기 전 50만 원짜리 정장이 마음에 들었지만 너무 비싸 살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기도 했다. 대신 잘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최 작가는 “아나운서 시절 저보다 훨씬 예쁘고 뛰어난 선후배들을 많이 봤지만 대부분 성실함과 끈기를 갖지는 못 한 것 같더라”며 “어쩌면 성실함이 무기가 될 수 있겠구나 한 것도 이때”라고 돌아봤다.
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따라가라’는 것이다. 사회가 주입하는 것, 남들이 인정하는 것 말고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그 목표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 작가는 “어릴 때는 예쁘고 착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교육받았지만 크면서 생각해보니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성적이 좋기보다 공부로 밤을 샌 것을 자랑하고도 싶었다”며 “사회로부터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 이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계 속에 갇힌 자신을 구해내는 것은 이를 위한 시작이다. 인간관계에 치이지 말고 혼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소위 ‘관계 디톡스(인간관계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 작가는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 말고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으로 생각하자”며 “양질의 시간을 보내야 양질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