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미술 다시 보기]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신상철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파멸을 부르는 폭군의 광기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1827년 작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광기에 사로잡힌 폭군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있다. 아시리아의 전설적인 군주 사르다나팔루스에 관한 역사적 기록에 화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돼 완성된 이 작품은 주제와 표현 기법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1821년 출간된 바이런의 희곡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나 화면 전반에서 행해지고 있는 잔혹한 살육 장면과 이국적 취향을 자극하는 에로티시즘적 분위기는 전적으로 작가에 의해 창안된 것이다. 수도 니네베가 적군에 의해 포위되자 자신이 아끼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르다나팔루스의 광기. 이 폭군의 잔혹함이 불꽃처럼 강렬한 색채와 등장인물들의 파격적인 자세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 이 그림의 주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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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언뜻 혼란스럽고 우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화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작가의 섬세한 구도가 이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다. 침대에 누워 느긋이 살육 현장을 음미하고 있는 왕의 시선이 참수 직전의 한 여인을 향해 있는데 이 시선을 따라 화면을 가로지르는 사선 구도가 형성된다. 붉은 색의 침대와 바닥은 이 사선의 하강 구도를 강화시켜주면서 죽음과 파멸을 상징하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이 그림에서 색은 표현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상징 요소이다. 들라크루아는 색의 조합이 화면에 음악적 선율을 창출해 감상자의 감정을 유발시킨다고 생각했다. 이 그림 속에서 여인들의 하얀 피부와 붉은 침대 그리고 검은 노예들을 통해 창출되는 극도의 색채 대비는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하며 주제의 잔인성을 보다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낭만주의 미술은 지나친 이성 숭배 사상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성립됐다. 혁명의 실패로 인한 충격과 혼란스러운 사회적 위기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은 인간의 추악한 양면성을 목격했다. 폭군의 이기적인 파괴 행위가 극단의 경지로 표출된 이 작품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인류 사회에 대한 비극적 관점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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