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글로벌세아, 쌍용건설 인수 계약…두바이투자청과 공동투자

구주 매각 신주 유상증자 이후에도 10% 지분 보유

글로벌·제조업 기반 성장 위한 그룹 전략과 맞아떨어져





중견그룹 글로벌세아가 도급 순위 기준 30위인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기존 대주주였던 두바이투자청(ICD)도 함께 투자하며 계속 협력을 이어가는 조건이다. 글로벌세아는 그동안 그룹이 쌓은 해외 수출과 제조 노하우를 해외 건설 명가인 쌍용건설과 함께 한 층 더 키워갈 계획이다.



1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와 두바이투자청은 한국시간으로 14일 경영권 매각을 위한 주주간계약(SPA)을 체결했다. 원래 매각 대상은 두바이투자청이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 99.95% 였지만,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두바이투자청이 공동투자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두바이투자청이 지분을 유지하면서 쌍용건설은 두바이 및 중동 발주 공사의 지속적인 수주 가능성을 열었고 글로벌세아와 함께 사업을 영위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매각가는 구주 매각과 신주 유상증자를 합쳐 2000억 원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쌍용건설에 투입되는 자금인 신주 유상증자에 매각가의 상당 금액을 할애하는데 동의했다. 글로벌세아 측은 미래에셋증권과 법무법인 광장, EY한영회계법인이 자문을 맡았다.

글로벌세아와 두바이투자청은 쌍용건설의 해외 건설 현장 등 현지 실사를 거쳐 4개월 이상 매각 조건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금리와 환율 등 투자조건이 달라지며 예상보다 2개월 가량 협상 기간이 길어졌고, 막판까지 주요 조건을 놓고 합의와 재합의가 반복되며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김웅기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합의가 성사됐다.

김웅기 글로벌세아 그룹 회장김웅기 글로벌세아 그룹 회장




글로벌세아그룹은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사업으로 시작해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중견 그룹이다. 실을 잣는 방적부터 편직, 염색, 봉제 등 의류 생산의 모든 과정을 수직 계열화한 해외 생산기지를 중남미 등지에 10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3조 8000억 원 영업이익 3000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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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세아그룹은 2006년부터 의류 ‘조이너스’·'테이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인디에프를 인수하며 의류 제조에서 유통으로 한 발 내딛었다. 지주회사 체제로 변모한 2015년 이후에는 ‘글로벌’과 ‘제조업’을 키워드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아예 다른 사업으로 분야를 넓혔다.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 부문(현 세아STX엔테크)을 180억원에 인수해 플랜트·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0년에는 국내 1위 골판지·상자 제조 회사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7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의류 생산·유통, 플랜트·건설, 골판지·포장 등 핵심 포트폴리오를 두루 확보했다. 올 초에는 LNG·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 발맥스기술도 인수했다. 현금 거래가가 2조원에 달했던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뛰어들기도 했다. 글로벌세아는 그간 5000억 원 이상 규모의 인수 대상 기업을 탐색해 왔다.

싱가포르와 두바이에서 명성을 날린 쌍용건설은 이 같은 글로벌세아 그룹의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다. 쌍용건설은 21개국에서 167개의 건설 사업을 맡았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두바이에미리트타워호텔은 쌍용건설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쌍용그룹 소속일 때는 건설업계 7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1998년 쌍용그룹 해체와 법정관리를 겪으며 현재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2015년 두바이투자청이 인수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 인수 후 상업시설 건설 사업이나 민간개발 및 고급 주택·호텔로 영역을 키울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세아는 단순 건설을 넘어 부동산 개발업인 디밸로퍼와 고급 주택 건설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글로벌 세아가 탄탄한 사업관계와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남미의 인프라 사업에도 보폭을 확장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세아는 세아 STX엔테크를 통해 국내외 에너지 인프라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펼치고 있고, 발맥스는 이와 연관된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 쌍용건설 역시 국내에 관련 경험을 갖고 있어 협업할 경우 시너지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자금력과 해외 시장에 밝은 글로벌세아와 만나 과거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글로벌 세아 역시 태림포장에 이어 또 한 번 대형 인수에 성공하며 그룹 사업을 다변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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