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 업체 ‘빅4’인 빙그레·롯데푸드·롯데제과·해태제과식품 임원들이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가격담합, 거래상대방제한, 입찰담합 등에 따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빙그레 법인과 빙그레·롯데푸드 아이스크림 담당 최고책임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함께 담합행위에 가담한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임원 등은 입찰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 4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는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영업 경쟁 금지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기간 중 롯데제과에서 분할돼 설립된 롯데지주까지 5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먹거리 담합 기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인 총 135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불성실했고 이미 법 위반 전력이 있는 빙그레와 롯데푸드 법인을 올 2월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공정위 고발 뒤 롯데푸드가 롯데제과에 합병돼 소멸됐다. 이에 검찰은 수사대상이 빙그레만 남은 상황에서 경영진에 대한 책임규명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해왔다. 수사팀은 이후 대검찰청과의 협의를 거쳐 애초 고발되지 않았던 빙그레·롯데푸드 임원들에 대해서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 고발에 의해서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전속고발권’에 따른 것이다.
국내 담합사건에서 개인에 대한 처벌은 이례적이다. 글로벌 트렌드가 담합에 가담한 개인에 대한 처벌 강화에 방점이 맞춰져 있고, 아이스크림 가격은 국민 생활과도 밀접한 만큼 담당자들도 기소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또 롯데제과·해태제과 임원들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입찰방해 혐의를 인지해 기소가 이뤄졌다.
공정위 조사 결과, 업체들은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 감소, 소매점 감소 추세 등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당시 85%에 달했다.
통상 아이스크림 제조사는 경쟁사보다 낮은 상품 가격을 제시해 소매점과 대형마트 등이 자사와 거래하도록 유도한다.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엔 높은 지원율을 제시해 거래처를 뺏어오거나 대형마트엔 할인, 판촉 행사에 참여해 자사 상품을 대량 매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업체들은 이러한 영업 전략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자 ‘소매점 뺏기’식 영업 경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를 어기고 경쟁사의 소매점을 빼앗을 경우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 넘기는 페널티도 뒀다. 그 결과 4개사가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에서 2019년 29개로 급감했다.
이후 4개사는 납품 가격을 직접 올리는 담합에 나섰다. 2017년 초 4개사는 납품가를 낮춰주는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 76%, 대리점 80%로 제한했다. 편의점 마진율도 45% 이하로 낮추고 편의점 판촉 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도 3~5개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밖에 납품 아이스크림 제품 유형별로도 판매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