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톡의 서비스 일시 정지는 ‘대란’으로 불릴 만했다. 가족·친구들과의 소통이 막혔고, 소상공인은 장사에 지장을 받았고, 일부 회사는 업무가 중지되기도 했다. 카카오의 미비한 인프라 투자와 직원들의 안이한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지구 세상에 빗대면 디지털 세상에서 마치 지진이 난 것과 같은 대란이 빚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분노했다.
카톡 대란을 통해 디지털 세상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는 2010년 디지털 기술의 악영향을 막자는 취지로 ‘인폴루션(정보공해·information+pollution) 제로’라는 비영리 운동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실존 세상인 디지털 세상의 공해를 없애자는 것이다. 카톡 대란 외에도 온라인에서는 늘 사이버 불링(괴롭힘), 음란물, 게임·소셜미디어 중독, 가짜 정보 노출,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러한 디지털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다. 기업들이 따지고 보면 디지털 세상의 조물주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와 같이 디지털 생태계를 주관하는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교류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세상을 만든다. 그 세상이 바로 지구 세상 못지않게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되면서 디지털 세상과 지구 세상은 점점 융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디지털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들과 그 안에서 경제행위를 하는 모든 기업들이 디지털 ESG(디지털 세상의 친환경·사회적 가치·인권과 안전)로 무장해야 한다. 설령 지구 세상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디지털 세상에서 대란이 생기면 국가적 재난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카톡 대란 이후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게 이 때문이다. 디지털 ESG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지속 가능성의 문제이고 기업의 존재의 이유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DQ는 지능지수(IQ)·감성지수(EQ)에 이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디지털 지능지수(Digital Intelligence quotient)를 뜻한다. DQ는 2020년부터 총체적인 디지털 역량의 글로벌 표준이 돼 여러 국가에서 디지털 역량 교육과 평가의 근간이 되고 있다. 개인의 DQ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DQ가 있다. 기업의 DQ는 바로 책임 있는 디지털 경영을 위한 디지털 ESG의 지표가 될 것이다. 디지털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디지털 세상의 지속 가능성을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태계를 만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