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곳곳에 붙은 ‘금연 구역’ 안내문을 반복적으로 떼어낸 7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심현근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73)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A씨는 병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 관리소장과 건물 내 흡연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관리소장은 건물 엘리베이터 옆과 화장실 입구,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에 A4용지 크기의 '금연구역' 안내문을 붙여 관리했는데, A씨는 매일같이 이 안내문을 손으로 뜯어냈다.
검찰은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리소장 증언 등을 종합해 A씨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한 달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금연 안내문을 출근 시간 대에 훼손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불법 부착 광고물이므로 손괴의 의사가 없었다"면서 "범죄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적법한 행정관청의 허가를 얻지 않은 설치물이라도 타인 소유에 속하는 이상 재물손괴죄의 객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효용을 고의로 해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인데, 법원은 금연 구역 안내문 훼손 또한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집합건물의 관리인은 소음·진동·악취 등을 유발해 공동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손괴한 금연 구역 안내문을 설치하는 것은 관리소장의 권한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면서 "불법 부착 광고물로 볼 수 없고, 정당행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