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최초 신고자 "유모차 미는 엄마도…웃으며 골목 올라갔다"

'최초 신고는 불편 신고 수준'이라는 경찰 측 발표에 대해선 "전화했을 때 왔다면 통제 가능했을 것"

출입 통제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연합뉴스 캡처출입 통제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연합뉴스 캡처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인 오후 6시 24분께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를 해야 될 것 같다”는 내용을 112에 최초 신고한 A씨가 “인간 띠라도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태원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고 경위와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사고 당일 가족과 함께 세계음식문화거리를 구경하던 중 몰리는 인파에 공포를 느끼고 거리를 빠져나왔다. 그는 “세계음식문화거리 구경을 할 때도 이미 몸이 뭉쳐 다니느라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위에서 떠밀리면서 중학생 딸과 남편을 놓쳤다”며 “제가 먼저 내려와서 딸과 남편을 기다리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태원 파출소는 사고 현장서 불과 90m 거리에 있다. 연합뉴스 캡처이태원 파출소는 사고 현장서 불과 90m 거리에 있다. 연합뉴스 캡처


A씨는 “그런데 역 1번 출구에서 나오는 인파가 다 웃으면서 그 골목으로 올라갔다”면서 “더 무서운 것은 아기 목마를 태운 아빠, 유모차 미는 엄마가 있던 것”이라며 끔찍한 생각이 들어 112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A씨는 ‘압사’라는 단어를 썼다. 경찰에는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면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서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것 같다”고 요청했다.

관련기사



그는 “압사라는 단어는 무서워 가급적 잘 안 쓰는 단어다”라며 “평소 주말에도 사람이 많지만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는 정도다. 그날은 차원이 달랐다. 콘서트장에서 인파로 꽉 조이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한 A씨는 “그 거리를 경찰에 잘 알리기 위해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이라는 단어뿐 아니라 ‘메인스트리트’, ‘클럽 거리’ 등 여러 단어를 언급했다”며 “(공포감 속에서도) 나름 노력해서 전화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황창선 경찰청 치안관리관은 A씨의 신고에 대해 “오후 6시에 접수된 최초 신고는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진행자가 이에 대한 A씨의 의견을 묻자 그는 “그 이후(신고 이후)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제가 전화했을 때 왔다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경찰이 현장에 나와 있었다면 상황 판단을 했을 것이다. 통제할 수 있었다고 저는 믿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핼러윈 행사보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국내 행사나 축제에서 다 사고가 나는 게 아니지 않나”고 했다.

A씨는 “(신고 후)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서도 거기(사고 현장)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위험해요’라고 하면서 인간 띠라도 만들어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스포츠 용품 매장 풋락커 앞에서 112 신고 전화를 했다. 사고 발생(오후 10시 15분) 3시간 41분 전이다.

A씨 신고 이후 참사 직전까지 10건의 신고가 더 들어와 총 11건이 접수됐다. 이중 ‘압사’라는 단어를 언급해 상황을 설명한 신고는 6건이었다. 경찰은 접수된 11건 가운데 4건에 대해서만 현장 출동을 했다. 참사 1시간여 전부터는 현장 출동 없이 전화로만 신고에 응대했다.


정미경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