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창업투자가 유동성 위기를 맞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산을 매각해 부채 상환을 추진하고 있다. 새한창투는 17일 만기가 돌아오는 800억 원 규모 사모 사채의 만기 연장이나 차환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한창투는 보유하고 있는 두나무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지분 전량을 매각하려고 잠재 매수자와 접촉하고 있다. 800억 원 규모의 제11회 무보증 사모사채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이정우(57) 새한창투 대표가 직접 잠재적 투자자들을 만나 가격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창투가 매각하려는 두나무와 토스 주식은 각각 21만 5000주, 124만 4144주다. 해당 지분은 모두 사모사채의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다. 두나무와 토스의 지분 가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각각 342억 원, 54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량의 주식을 서둘러 팔아야 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할인율 적용은 불가피하다. 새한창투는 이 지분을 일괄 매각해 8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한창투가 두나무의 지분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수백억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새한창투는 지난해 두나무 지분 인수에 667억 원을 투입했는데 불과 1년 사이 절반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단기간 두나무의 기업가치 증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장외거래 가격보다도 최소 20~30% 정도 가격을 낮춰야 할 것 같다”면서 “거래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만큼 매수자가 단기간에 나타날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새한창투는 보유 지분 매각에 실패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새한창투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5억 6000만 원에 불과해 사모사채 상환이 쉽지 않은 재무구조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현금과 투자 수익금 대부분을 새한창투가 펀드 출자금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활용한 탓이다.
새한창투는 보통의 벤처캐피털(VC)과 달리 펀드 출자자를 모으기보다 금융권 차입을 통해 주로 자금을 확보하고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사모사채 800억 원도 벤처펀드 결성과 직접 투자를 위해 발행한 것인데 사실상 빚을 내 조달한 자금으로 리스크가 큰 벤처 투자를 지속해온 셈이다.
새한창투의 유동성 위기는 올 하반기부터 급격히 위축된 벤처 투자 시장의 상황이 촉발시켰다. 새한창투가 보유한 두나무와 토스의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000억 원을 웃돌았지만 현재는 절반 미만으로 급감했다. 시중금리 상승에 자본시장이 얼어붙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들조차 기업가치는 연일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1989년 설립된 새한창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가 대주주인 새한에프앤비가 지분 79.6%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