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화장실. 진호개(김래원 분) 광역수사대 경위가 거울을 바라보며 독백하듯 말했다. ‘물리력을 행사해 피해자의 인권은 짓밟은 본인 처사를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과거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쇄신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진 경위가 징계위원회 회부에 앞서 위원들에게 선처를 부탁하려 준비한 것이었다.
징계위가 열리자 징계위원장은 “피의자를 인도하라는 검찰 수사관의 요구를 무시했다”며 진 경위에 대한 혐의를 하나하나씩 거론했다. 또 당시 촬영된 화면을 증거로 제시했다. 화면 속 진 경위는 “내 피의자를 왜 데려가냐”며 항의했다. 특히 검찰수사관과 이들 옆에 서 있던 남성이 “피의자라니요.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시나 보다”, “헛다리 짚었다”고 연이어 말하자 진 경위는 “개수작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화면에는 진 경위가 이들에게 달려들며 폭력을 휘두르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징계위원장은 “욕설과 함께 피의자의 안면을 1회 가격한 것을 시작으로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다”며 진 경위에게 최후 발언을 할 기회를 줬다. 그러나 진 경위는 앞서 준비한 멘트를 말하는 듯 하다가 “위원장님, 솔직히 저 XX 진짜 나쁜X”이라며 “천하의 처죽일 X입니다. 다시 만나면 반 죽여놓을 것”이라고 외쳤다. 징계위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등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결국 진 경위는 광수대에서 태원경찰서로 좌천되는 처지에 놓였다.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 진 경위가 좌천이라는 징계를 받은 배경에는 ‘독직폭행(폭행·가혹행위죄)’이 자리하고 있다. 독직폭행이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공무원이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125조(폭행, 가혹행위)에 명시돼 있다. ‘재판·검찰, 경찰 그 밖에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형사 피의자나 그 밖의 사람에 대해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형법 제124조(불법체포, 불법감금)에서도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거나 이를 보조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담고 있다. 폭행이나, 강금, 불법체포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행한 공무원을 처벌한 규정을 둠으로써 피의자 인신 구속 과정에서 혹시 모를 고문 행위가 발생치 않게 한다는 취지다. 형법에 따라 폭행·가혹행위에 대한 미수범은 처벌하지 않는다. 반면 강금·불법체포는 실제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더라도(미수범) 처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