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4000가구 대단지도 거래 없어요"…이자공포에 월세만 는다

[부동산 빙하기]

■ 서울 매수심리 10년3개월來 최악

고금리·고점 인식에 매수세 실종

규제 풀었지만 온기 돌긴 역부족

잠원 84㎡도 7개월만에 8억 급락

9월 매매거래 전년比 60% 급감

전세도 위축…월세비중 51%로 쑥





#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한숨만 쉬고 있다. 주요 거래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거래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3885가구에 달하는 이 아파트의 매매 거래를 가장 최근 중개한 게 두 달 전이다. 그는 “무려 4000가구 가까이 되는 대단지인 데도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있어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면적 84.5㎡는 이달 3일 25억 8000만 원(21층)에 거래됐다. 올해 4월 거래된 같은 면적 신고가 34억 2500만 원(23층)에서 무려 8억 원 이상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B 씨는 “해당 단지는 신고가 거래 이후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커지며 매수세가 사라졌다”면서 “신고가 대비 20% 낮게도 호가가 내려왔지만 여전히 매수인을 못 찾는 매물이 많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집을 사려는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서울과 과천·성남·하남·광명 등 수도권 5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지만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6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다음 주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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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70.7)보다 하락한 69.2를 기록하며 2012년 8월 첫째 주(67.5) 이후 10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기준선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음을,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를 나타낸다.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폭등했던 2019년 12월 16일 120.3까지 치솟았던 지수가 반 토막 가까이 빠진 것이다.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거래절벽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1733건이었던 아파트 매매 건수는 9월 613건으로 급감했다. 아직 집계 중인 10월의 경우 504건에 불과하며, 송파구를 제외한 24개 구의 구별 거래 건수가 40건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로(4), 용산(8), 광진(9)구는 10건 미만을 나타냈고 강북(10), 금천(10), 중(11)구 등 절반 이상이 20건에 못 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 2403건으로 전월(3만 5531건) 대비 8.8% 감소했고 전년 동월(8만 1631건)에 비해서는 무려 60.3%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가 되는 물건들은 기존 가격보다 호가를 대폭 낮춘 급급매뿐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현재 수십여 개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음에도 9월 29일 전용면적 85㎡가 17억 1500만원에 거래된 후 매매 거래된 물건이 없다. 같은 면적의 매물이 당시 거래 금액보다 소폭 낮은 금액에 올라와 있지만 아직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비 매수자들은 관망하거나 추가 하락 조정된 급매물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렇지 않은 매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고금리는 전세 시장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전국 전세 거래량은 9만 521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량은 10만 998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6%나 늘었다.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1~9월 전체 거래에서 40.4%에 그쳤던 월세 거래량 비중은 올해 같은 기간 51.8%로 급증한 상태다. 그간 월세 거래량 비중이 2018년 40.7%, 2019년 40.5%, 2021년 43.0%로 크게 움직이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증가 폭은 무서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매매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금리에 대한 부담과 집값이 여전히 고점이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까지 나오다 보니 결국 구매력이 우려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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