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8일 5G 28㎓ 대역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못한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허가를 취소하며 통신사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계륵’과 같던 28㎓ 허가 취소에 통신사들이 내심 안도할 수도 있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있다. 28㎓로 얻을 이점이 없는 만큼 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면죄부’를 얻게 됐다는 시각이다.
통신3사는 28㎓를 원하지 않는다. 3.5㎓ 대역을 얻는 과정에서 28㎓를 ‘끼워팔기’ 당한 셈이다. 원인은 28㎓ 대역 활용도가 떨어진 다는 데 있다. 28㎓는 속도가 빠르지만 회절성이 약하고 투과율이 낮아 도달거리가 짧다. 때문에 도심 이동통신에 사용하기 힘들다. 통신3사는 이미 2020년 28㎓ 대역을 회계상 손상 처리해, 허가 취소에도 추가적인 손실이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리어 ‘출구전략’을 마련한 통신사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고 했다.
다만 3사가 처한 사정에 따라 태도가 다른 점이 흥미롭다. 과기정통부 결정에 대한 통신3사의 입장문에서는 미묘한 시각 차이가 읽힌다. 먼저 LG유플러스는 “유감”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통신3사 중 가장 많은 장비를 구축했음에도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공식적인 입장만 봐서는 3사 중 가장 28㎓에 진심인 것 같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말 28㎓ 대역을 원했다면 최종 취소 청문회를 앞두고 정부 눈치를 봐야 했을 텐데 도리어 정면 대응했다”며 “정부가 KT·LG유플러스 중 한 개 사업자는 새로 모집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는데 LG유플러스는 주파수 반납도 상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염원하던 3.5㎓ 하단 20㎒ 대역을 최근 거머쥔 바 있다. 당분간 정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 KT는 “정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바싹 엎드렸다. KT가 공기업 태생으로 ‘국민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태도다. 공기업이었던 태생적 한계와 대표 재선임 등 중요한 시기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KT는 “28㎓ 전파 특성 등 현실적 한계”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5G 공공망 및 지하철 WiFi 구축을 위해 정부와 지속 협의하겠다”며 정부에 여지를 남겼다. 업계 관계자는 “28㎓ 설치 미비에 대통령실까지 격노하고 나선 만큼 어느 기업보다도 정부 눈치를 봐야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유일하게 허가 취소가 아닌 사용기한 단축 조치를 받은 SK텔레콤은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유화적 자세를 보였다. ‘향후 사업 방향’이라는 대목에서 SK텔레콤이 처한 상황이 엿보인다. SK텔레콤은 3.5㎓ 상단 20㎒ 대역 경매를 원하고 있다. 조만간 이 대역 경매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정부에 최대한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야할 처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사 모두 28㎓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28㎓ 허가 기간까지 버틴 다음 반납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