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환경보호 '종이 빨대'…지구를 더 아프게 합니다 [지구용]

성왕이앤에프, 세계 최초 원목 빨대 출시





커피 마실 때 빨대 쓰는 용사님 손? 아메리카노라면 굳이 빨대를 안 써도 되겠지만 바닐라라떼가 최애인 에디터에겐 빨대가 필수예요. 우유랑 시럽이 잘 섞여야 하니까요. 지구를 위해 가능하면 종이 빨대를 쓰긴 해요. 다회용인 유리나 스테인리스 빨대도 있지만 가지고 다닌다는 걸 자꾸 잊어버리는 상구니 에디터.

그런데, 종이 빨대도 지구를 아프게 한다는 사실 다들 아시죠? 마땅한 대체재가 없어서 써왔는데 다행히 훌륭한 대안이 등장했어요.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로 원목 빨대를 개발했거든요. 성왕이앤에프라는 회산데, 얼마전 쇼케이스를 열어서 에디터가 다녀왔어요. 어떤 제품인지, 정말 지구를 덜 아프게 하는지 알려드릴게요.

◇종이빨대가 지구를 아프게 하는 이유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량의 코팅을 입힐 경우 재활용 불가, 일쓰로 분리배출

종이 빨대 하나를 만드는 데 약 20리터의 물 소비+다량의 표백제와 10회 이상의 공정으로 약 5.5g의 탄소 배출

제품도 제조과정도 친환경




성왕이앤에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목 빨대, 정체부터 알아야겠죠. 요래(사진) 생겼습니다. 이 빨대가 특별한 이유는요.

①통원목을 그대로 뚫어 제작해 공정 과정을 최소화+고속 생산으로 탄소 배출을 줄였어요. 앞으로 공정은 더더더 줄이고 생산 속도도 현재 초당 2개에서 5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②마호가니 등 질 좋은 인도네시아산 나무를 사용해 내구성과 내수성이 뛰어나요. 찢어지지도 구부러지지도 않음! ③사용 후 100% 자연분해 ④화학물질 무첨가로 안심 사용 ⑤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 친환경+다회용! 정말 그럴까요? 쇼케이스 때 받아온 원목 빨대를 에디터들이 사용해 봤습니다.

△상구니 에디터
열흘 넘게 사용한 결과 겉표면이 갈라져 거칠어짐. 나무 껍질이 떨어지진 않음. 감각이 둔한 에디터는 큰 문제 없이 사용
△n번째 용사 에디터
쌉싸름한 맛이 약간 나긴 하나 종이 냄새 나는 종이빨대보단 괜찮음. 맛을 전~혀 해치지 않는 유리빨대와 비교하면 아쉬움. 입을 대는 부분은 살짝 무른 느낌이 있지만 종이빨대와 비교하면 단단한 느낌. 립스틱 및 커피색 잘 묻고 안 지워져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을지는 의문
△결론


“다회용 같은 일회용 빨대”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더 오래 사용하고 싶다면? 안쪽을 솔로 세척(물만 사용)한 다음 잘 말려요. 표면이 거칠어졌다 싶을 땐 사포로 문지르면 다시 부드러워져요.

세계 최초 나무빨대 맞아요?


친환경에 관심 많은 용사님들이라면 이런 원목 빨대가 세계 최초인지 좀 의심스러울 수도 있을 거예요. 맞아요, 원목 빨대 자체는 이전에도 있긴 했어요. 일본의 한 기업이 나무 빨대를 먼저 개발했거든요.

그런데 원목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수동으로 해서(장인정신...ㄷㄷ) 가격이 비쌌대요. 가격을 낮추려고 얇게 깎은 나무를 접착제로 붙여 만드는 방식으로 제조 방법을 바꿨지만 그래도 많이 안 팔렸다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나왔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고 해요.

그럼 뭐가 세계 최초냐고요? 통원목 사용+자동화가 최초에요. 자동화니까 좀 더 저렴하게 대량 생산 가능.



나무 베는데 친환경 맞아?


원목 빨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가 필요해요. 벌목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나무를 베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경유나 휘발유를 사용하니까요. 그렇다면 친환경이 맞는 건가 싶을 수 있어요. 김기덕 대표님의 답변 전해드릴게요. “나무 빨대 3개 만들 에너지로 종이 빨대 1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원목을 사용하는 게 오히려 환경적입니다. 또한 저희는 빠르게 자라는 인도네시아의 나무를 활용했고요.”

음… 의심이 많은 에디터는 대표님 말씀에도 “친환경 맞네” 이런 결론이 잘 안 내려지더라고요. 사용 후 처리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될 수 있으니까요. 성왕이앤에프는 카페에서 사용된 빨대를 재활용하기 위해 회수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에요. 그러나 소비자들도 빨대를 살 수 있게 될텐데... 그럼 다 쓴 빨대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잖아요. 결국 소각될테고, 그럼 또 탄소 배출...그래서 수거+재활용할 수 있도록 김 대표님이 환경부에 나무 전용 수거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환경부도 적극 검토 의사를 밝혔다고 해요. 되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진 아직 모른다는 함정...

그래서 엄창득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님께 여쭤봤어요. 결론은 ‘나무 빨대는 지구에 도움이 된다’ 입니다. 이유는 ①나무도 나이가 들면 탄소 저장 기능 떨어짐.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게 더 유리. 무분별한 벌목이 아니라면 탄소배출량 감소에 도움됨. 특히 다회용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면 더 좋음 ②다회용으로 쓰면서 줄인 탄소량-소각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제로로 봐야 함.

물론 나무가 늙어도 탄소 저장 능력이 줄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나무를 벨 경우 산사태 우려도 있고, 동물들의 터전도 사라질 수 있겠죠. 성왕이앤에프는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에요. 빨대에 사용되는 나무는 무분별한 벌목을 막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운영 중인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하니까요. 제품 자체만 보면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지만, 벌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드니 지구를 위한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나무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길이 3m, 폭 10.5㎝ 목재 기둥 1개당 약 8.3㎏의 탄소 저장.

원목 빨대, 조만간 카페에서 만나요




원목 빨대는 이르면 12월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 사업자들이 구매하는 종이 빨대는 개당 35~45원(프랜차이즈는 개당 10원대)인데 원목 빨대 가격은 개당 30~40원(예상)으로 더 저렴하다고. 이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구매 의사를 밝힌 카페들도 많다고 해요. 별다방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과도 협상 중이고, 내년 초엔 이마트·코스트코·온라인몰 등에서 일반 소비자들도 살 수 있을 거래요. 최근엔 해외 수출 계약도 성사되고 있어서 생산량을 늘리고 계시다고.

물론 용사님들도 잊지 않으셨겠지만, 제일 좋은 답은 ‘안 쓰기’에요. 그렇지만 온 세상 모두가 갑자기 안 쓰고 살 수는 없으니까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죠? 그러다 보면 언젠간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질 거고, 모두가 다회용 빨대만 쓰는 세상이 올지도 몰라요. 그 날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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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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